입력 : 2011.12.05 01:57
하피스트 곽정, 자선 공연

"어머, 하프 좀 봐! 기둥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
두 달 전 하피스트 곽정(39)이 새 하프를 선보이자 객석은 놀람과 감탄으로 일렁였다. 나무 기둥과 몸통에 박아 넣은 유럽산(産) 자개가 조명을 받아 빛났던 것. 곽정은 오는 24일 전 세계에 단 2대(나머지 한 대는 미국에 있다)뿐인 이 이탈리아제(製) 하프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인터메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중 '히스토리'(History), 하프의 매력이 돋보이는 델투어의 '부기우기' 등을 연주한다.
서양 유화에서 천사들이 주로 연주하는 하프는 독주 악기로 모양은 근사해도 플루트보다 음량이 작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 소리가 묻히기 일쑤. 그러나 곽정은 1997년 주빈 메타가 이스라엘 필의 첫 내한 공연 때 협연자로 직접 지목한 '콘서트 하피스트'다. "타고난 손가락 힘과 풍채로 우렁차고 역동적인 소리를 만들어내지요." 최근 서울 충무로 연습실에서 만난 곽정은 열 손가락을 쫙 펴보였다.
이번 공연은 곽정의 하프와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하피데이 앙상블, 보컬(양준모), 플루트(이소영), 색소폰(최진우)이 어우러진 앙상블로 꾸며진다. "하프만을 위한 곡이 드물어요. 베토벤은 하프 곡이 아예 없고, 헨델 '하프 협주곡'과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 협주곡' 정도가 있을 뿐이죠." 그래서 원래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곡들을 하프에 맞게 편곡했다. "하프로 치면 더 부드럽고 로맨틱한 느낌이 난다"는 게 그녀의 설명.
이번 공연은 아름다운 메시지로도 눈길을 끈다. 연주 수익금을 지체 장애와 난청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수술비로 전달한다. 작년에도 수익금 전액(3000만원)을 기부했다. "3년 전 첫 아이 임신 때 대상포진에 걸려 제가 청각을 잃을 뻔했어요. 매일 네 번 인슐린 주사도 맞았지요. 뱃속 애가 장애를 가졌을까봐 마음을 졸였는데 건강하게 태어나 얼마나 고맙던지…."
▶크리스마스 스토리=24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80-5054
[하프를 둘러싼 세 가지 오해]
①하프 한 대=집 한 채?
"오해예요. 현악기 가운데 제일 싼 편이에요." 곽씨는 "연습용은 50만원부터, 무대용도 300만원에서 2억원 사이"라고 했다. "수십억원을 넘나드는 무대용 최고급 바이올린·첼로에 비하면 오히려 '싼 편'"이라는 것이다.

②악기만 있으면 명문대 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게 곽씨의 대답. "전공 대학이 워낙 적어 그해에 하프 하는 학생이 많으면 10년 넘게 배웠어도 재수·삼수해요. 학생 수 적으면 1년만 해도 명문대 가고요. 학과 성적 안 되니 하프나 하겠다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성적 좋은 학생이 하프도 잘하더라고요."
③우아하다?
하피스트의 다른 이름은 '백조'다. 겉으로 보이는 손과 팔의 움직임은 춤추듯 우아하지만 드레스 자락 속 발은 페달 7개를 바꿔 밟느라 만신창이가 된다. 연주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가면 어김없이 "마라톤 뛰고 왔어요?"란 질문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