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선배들 커피 타주러 갔다가… 맘마미아 千의 남자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1.12.03 02:26

최단 기간 1000회 대기록 뮤지컬, 개근 배우 성기윤
서른셋에 발탁, 이젠 마흔 "늙어보이는 얼굴 덕 봤죠, 저 배우 진짜 잘한다… 그런 말 안 듣는 게 내 목표"

뮤지컬 '맘마미아!' 1000회에 모두 출연한 '천의 남자' 성기윤(샘 역)이 아바의 노래 'SOS'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처음엔 딱히 오디션 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선배 배우들에게 커피나 타 줄 심산으로 갔던 오디션장이었다. 그런데 영국에서 날아온 오디션 심사팀이 그에게 말했다. "노래를 한 번 불러보라." 그리고 그를 택했다. 그 후 7년 11개월, 그는 1000번의 공연에 개근 출연했다. 오는 10일 오후 7시 30분 1000회 공연을 달성하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배우 성기윤(40)씨다. '맘마미아!'에서 성씨는 여주인공 소피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남자 중 샘과 빌 역(役)을 번갈아 맡아왔다.

"오디션 때 제 나이 서른셋이었어요. 소피 아빠 역을 하기는 너무 젊었죠. 그런데 덜컥 뽑힌 거죠. 제가 원래 노안(老顔)이라서 뽑혔나봐요, 하하."

그가 터줏대감으로 버틴 이 뮤지컬은 아이돌 배우가 없어도 예매율 부동의 1위다. 조승우도 못 이긴다. 게다가 1000석 이상 극장에서 최단기간 1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아이돌보다 무서운 '7년 11개월 1000회 개근 배우'인 것이다.

그는 2004년 1월 17일 첫 공연이 있던 날 "예술의전당의 벽을 뚫고 들려오던 소리가 세상에 태어나 들어본 가장 감격스러운 소리였다"고 했다. 출연 순서를 기다리며 분장실에서 모니터로 무대를 보던 중이었다. 여성 배우 세 명이 '댄싱퀸'을 노래하는데 관객의 환호성이 분장실 안이 울리도록 들려왔다. "요즘도 기운이 빠질 때는 그때의 소리를 다시 떠올립니다."

'맘마미아!'의 인기를 실감한 것은 2005년 대구 공연 때였다. "우연히 지나가다 나이트클럽 간판을 봤는데, 이름이 '맘마미아!'더라고요." 같은 역 1000번에 대한 지겨움? 그는 "같은 역을 1000번, 1만번 해도 지겹지 않게 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00회를 이어올 힘을 얻은 것은 역설적으로 "공연 올리지 못한 날의 공포"라고 했다. 공포의 그날은 2007년 12월 16일. 최대 성수기라 예매율 100%였다. 그러나 공연 시작 시각 15분이 지나고도 막은 오르지 못했다. 무대 장치 결함이었다. 서울 잠실 샤롯데공연장은 관객 1200명의 항의로 쑥대밭이 됐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관람료의 3배를 물어줬다. 성씨는 "다음날 무대에 서니, 거기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와, 저 배우 진짜 잘한다'는 말을 안 들어야 진짜 잘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는 건 제가 튄다는 거니까요. 저를 기억해주지 않을 때 제가 작품에 잘 녹아서 작품을 살린 거죠. 그런 배우가 진짜 배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