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TV처럼… 선명한 사계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12.02 03:03 | 수정 : 2011.12.02 10:58

[공연리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사계'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 사계절의 색채를 섬세하게 표현한 비발디 '사계'는 "실내악의 즐거움이 쏠쏠한 아주 질 높은 곡이지만 대중에게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 그 가치가 반감(半減)되는 이례적인 곡"(한정호·빈체로 차장)이라 할 수 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DK)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4)은 지난달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닳고닳은 '사계'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 DK는 유럽 최고(最古·1548년 창단)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주자들이 모여 1994년 창단한 단체.

주미 강은 작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유망주다. 이날 공연에서 DK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2번'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으로 1부를, 주미 강과 함께 '사계'로 2부를 채웠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연주를 주도한 주미 강이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바이올린 여왕으로서의 가능성을 한껏 발휘한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8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발디‘사계’를 연주하고 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빈체로 제공
독일 정통 악단다운 연주

◇“‘사계’가 최고였다. ‘관현악 모음곡 2번’은 청중과의 교감이 떨어졌다. 최초의 주제부를 포르테(세게)로 했으면 반복되는 재현부는 피아노(여리게)로 해야 한다. DK는 포르테와 피아노를 섞어 주제부를 표현했고 재현부에서 그대로 따라 했다. 하지만 웬만한 테크닉이 아니면 그런 연주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독일 정통 악단의 내공이 드러난 무대이기도 했다.”(송재광·이화여대 교수)

바로크 당대 해석 돋보여

◇“‘사계’를 바로크 당대의 해석으로 연주한 점이 돋보였다. 악기 개량이 본격화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오케스트라의 음색이 오늘날과 비교해 덜 웅장하고 울림도 적었다. DK는 뛰어난 연주 기법으로 활의 속도를 조절해 음이 자체적으로 울리게 만들었다. 더불어 젊은 협연자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했다. 주미 강이 급박하게 달려가면 DK도 힘을 주고, 주미 강이 살짝 멈추면 DK도 그에 조응했다.”(박상민·한예종 교수)

주미 강, 마치 김연아처럼…

◇“주미 강에게서 김연아를 떠올렸다. 특히 격렬한 프레이징 후 절제된 동작 아래 활 끝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송진가루에서 자신감을 읽었다. 사실 ‘사계’는 반복이 많아 심심할 수 있다. 주미 강은 ‘여름’에는 롤러코스터 같은 격정을 담고, ‘겨울’에는 화려한 바이올린 묘기를 집어넣어 극적으로 바꾸었다. 활을 잘못 놀려 거슬리는 소리가 날 때에도 제3의 소리를 끌어내는 걸 보고 주미 강을 실황으로 봐야 할 이유를 찾았다.”(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