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27 23:24
국립발레단 신예 발레리노, 윤전일·김기완·이재우
연말이면 찾아오는 단골 레퍼토리, '호두 왕자'가 더욱 힘차고 젊어졌다. 내달 일제히 막을 올릴 국내 3대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표 참조〉은 소녀가 선물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 환상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발레단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가장 남성적이고 웅장한 호두까기를 선보일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왕자 3명을 만났다.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마무리 연습이 한창인 윤전일(24)·김기완(22)·이재우(20)는 모두 '호두'가 전막 발레 데뷔작이다. 스타 발레리노가 드문 국내 발레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마무리 연습이 한창인 윤전일(24)·김기완(22)·이재우(20)는 모두 '호두'가 전막 발레 데뷔작이다. 스타 발레리노가 드문 국내 발레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셋 중 큰형인 윤전일은 지난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티볼트 역을 맡았다. "아직도 티볼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있어, 이젠 '왕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최면을 건다"고 했다. 고난도 장면이 많은 국립발레단의 호두에서는 '엔젤 리프트'라고 하는 리프트가 특히 어렵다고 한다. 61㎏인 그가 42㎏인 발레리나를 한쪽 팔로 번쩍 들어올려야 한다. 윤전일은 "팔 힘으로 드는 게 아니라 허벅지 힘으로 드는 것"이라며 "몸무게 차이보다 파트너 간의 호흡이 얼마나 맞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때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었다. 넘치는 재능을 살려보려고 중학교 1학년 때 고향 순천에서 서울의 YG 연습실까지 1주일에 3번 왕복했다. 당연히 공부할 시간은 부족했고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연습생을 그만둔 후에도 춤에 대한 갈망은 식지 않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학과에 진학해 발레리노로 변신했다. 그는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대에 서는 각오가 남다른 것은 '새엄마'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난 '새엄마'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 직전 그의 손을 꼭 잡고 "의상비에 보태쓰라"며 50만원과 편지를 쥐여줬다. 편지에는 "다음 세상에는 꼭 친엄마로 태어나서 더 사랑해줄게"라고 썼다. 윤전일은 "호두 데뷔 무대를 새엄마께 바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 서는 각오가 남다른 것은 '새엄마'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난 '새엄마'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 직전 그의 손을 꼭 잡고 "의상비에 보태쓰라"며 50만원과 편지를 쥐여줬다. 편지에는 "다음 세상에는 꼭 친엄마로 태어나서 더 사랑해줄게"라고 썼다. 윤전일은 "호두 데뷔 무대를 새엄마께 바치고 싶다"고 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년 반 무대에 서지 못했던 김기완은 화려한 왕자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6월 세계 최정상 클래식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에 입단한 김기민(19)의 형이다. 초등 5학년 때 2학년인 동생과 나란히 발레를 시작, 예원예중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함께 다녔다. 김기완은 "동생은 가장 냉혹한 조언자이며 가장 고마운 동료"라고 말했다. 동생은 "그게 뭐야? 정말 못 봐주겠다"며 적나라하게 형의 발레를 비판한다. 하지만 2009년 부상을 입었을 때 가장 가슴 아파했던 것도 동생이었다. 김기완은 "저의 호두 왕자를 보고 간 관객이 내내 호두 공연을 떠올릴 수 있도록 환상적인 왕자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막내 이재우는 키 196㎝로 국내 최장신 발레리노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큰 키에 힘이 실리면 폭발적이고 꽉 찬 무대를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엿가락처럼 늘어져 보이기 십상이다. 이재우는 길고 곧은 선을 보여줄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다른 발레리노보다 더 오래 운동한다. 호두 왕자에 이어 '백조의 호수' 왕자도 해보고 싶은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