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현장] 롱런 향한 마지막 진통… 피말린 13시간 마라톤 리허설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1.11.23 03:07

뮤지컬 에비타 최종 연습

"야! 너, 왜 이렇게 못 해! 뭐 하는 짓이냐, 이거! 너무 힘없어!"

탱고를 마친 두 배우에게 사정없는 질책이 날아갔다. 불호령을 내린 사람은 '뮤지컬계의 미다스 손' 이지나 연출가. 아쉬운 듯 물러서는 배우들은 이지훈리사다. "병근이 해봐!" 이지훈 대신 임병근이 정선아의 손을 잡고 앞으로 섰다. 평소 배우들과 격의 없이 지내기로 유명한 이지나 연출이지만 이날만큼은 날 선 지적이 쏟아졌다. 뮤지컬 '에비타'의 최종 연습장인 남산창작센터는 이렇게 후끈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에서 내달 9일 개막하는 뮤지컬‘에비타’의 이지나 연출가(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상원(페론 역)과 정선아(에바 역)가 탱고를 추는 장면을 점검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지난 21일 찾아간 에비타 연습장은 내달 9일 개막을 앞두고 여전히 작품 손질이 계속 중이었다. 이 단계에서 공연은 살아 있는 조각과 같다. 연출은 뺄 것과 넣을 것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지적한다. 연습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5년 전 국내 초연된 '에비타'는 20·30대뿐 아니라 40대 이상에게도 고르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내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라틴계 팝가수 리키 마틴이 체 게바라역으로 나온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수 출신인 이지훈과 임병근이 번갈아 맡는다. 초연 때보다 한층 젊어진 체 게바라에 무게중심이 실릴 예정. 에바가 포퓰리즘을 상징한다면 체 게바라는 젊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대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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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장 한가운데에는 계단형 무대가 천장 높이로 우뚝 서 있다. "천천히, 천천히… 왜 그렇게 급해?" 지적을 받은 정선아(에바역 더블 캐스팅)가 남성 앙상블 두 명의 손을 잡고 약간 느린 속도로 관객 쪽으로 다가선다. "처음으로 춤과 노래가 다 맞았어!" 정선아의 한마디에 연습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정선아가 연습하는 동안 더블 캐스팅된 리사는 책상에 앉아 있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입은 끊임없이 벙긋벙긋 정선아와 똑같은 대사를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잘못된 게 있더라도 일단 끝까지 해보는 '런스루(run through)'. 책상에 연출, 조연출, 음악총감독이 나란히 앉았다. 인기리에 공연 중인 '조로'의 음악도 맡은 김문정 음악총감독은 손이 정신없이 바쁘다. 아이패드를 터치하는 중. 지적해야 할 부분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하이라이트인 '날 위해 울지 마오(Don't cry for me Argentina)' 장면에 다다르자 정선아가 한껏 자신만만한 얼굴로 마이크 앞에 섰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노래에 맞춰 앙상블 20명이 하나둘씩 전면으로 나섰다. 이지나 연출은 "초연 때보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춤이 강화된 공연이 될 것"이라며 "눈 감고 음악만 들어도 표 값이 아깝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