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13 23:38
[발레 톡톡]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이슬만 먹는 발레리나가 도도한 자태를 뽐내다 어리둥절한 관객을 뒤로하고 막을 내리는 발레의 시대는 갔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화 '블랙 스완'을 거치며 대중예술로 자장(磁場)을 넓힌 발레를 쉽고 편안하게 만나보자. 12일 개막한 '오네긴'(유니버설발레단)을 무용평론가 장인주씨와 함께 보고 대화로 풀어봤다. 오네긴은 발레의 형식미보다 이야기와 연기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 발레'의 절정판. 10대 소녀 타티아나는 오네긴을 사랑했으나 거절당한다. 세월이 흘러 공작과 결혼한 타티아나, 이번에는 오네긴이 구애에 나서지만 타티아나가 거부한다.
―'오네긴'은 줄거리가 분명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해 발레 입문자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제 옆에 앉은 여성 관객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던데요.
"김연아 선수가 선택해서 더 유명해진 '지젤'은 낭만 발레, '백조의 호수'는 고전발레의 대표작이에요. 고전발레 이후 신고전주의가 여러 형태로 발전했는데, 드라마 발레는 그중 하나죠."
―강수진의 활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1965년 초연을 했고, 국내에서는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올렸죠. 유니버설발레단은 군무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 공연 군무는 좀 아쉬운 편이죠.
"3막에 나오는 무도회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귀족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초연 때에 비해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어요.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만남과 이별이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둔 여성들에게 절절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존 크랑코(1927~1973)라는 천재 안무가의 작품이지요.
"크랑코는 독일 지방 발레단에 불과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오늘의 위치까지 끌어올렸죠. 발레 안무가로 뜨다가 뮤지컬로 방향을 잠시 틀었는데 실패했어요. 그래서 1961년 슈투트가르트 예술감독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발레단을 키우고 명성을 얻었으니 인생은 모르는 거죠."
―'오네긴'은 줄거리가 분명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해 발레 입문자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제 옆에 앉은 여성 관객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던데요.
"김연아 선수가 선택해서 더 유명해진 '지젤'은 낭만 발레, '백조의 호수'는 고전발레의 대표작이에요. 고전발레 이후 신고전주의가 여러 형태로 발전했는데, 드라마 발레는 그중 하나죠."
―강수진의 활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1965년 초연을 했고, 국내에서는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올렸죠. 유니버설발레단은 군무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 공연 군무는 좀 아쉬운 편이죠.
"3막에 나오는 무도회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귀족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초연 때에 비해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어요.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만남과 이별이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둔 여성들에게 절절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존 크랑코(1927~1973)라는 천재 안무가의 작품이지요.
"크랑코는 독일 지방 발레단에 불과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오늘의 위치까지 끌어올렸죠. 발레 안무가로 뜨다가 뮤지컬로 방향을 잠시 틀었는데 실패했어요. 그래서 1961년 슈투트가르트 예술감독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발레단을 키우고 명성을 얻었으니 인생은 모르는 거죠."
―드라마 발레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장면을 꼽는다면?
"오네긴이 여성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린 후에 바닥으로 넘어지는 장면은 크랑코의 천재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단순히 '사랑한다'가 아니고 '사랑한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몸으로 풀어내는 거죠."
―몸동작만으로 극적인 심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데 무용수의 어떤 동작을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손을 보세요. 1막 오네긴의 솔로 장면에서 아라베스크(arabesque·한쪽 다리로 서서 반대쪽 다리를 뒤로 올리는 동작) 후에 한 손을 살짝 볼에 갖다대죠. 우수에 찬 손짓으로 내면이 다층적인 사람이란 걸 드러내는 거죠. 투르앙레르(tours en l'air·공중회전)처럼 남성 무용수가 돌거나 뛰는 장면을 강조하는 고전발레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고요."
―이번 공연은 슈투트가르트 수석무용수로 발탁된 강효정씨를 비롯해 황혜민·강예나·강미선 등 4명이 번갈아 나오는데요. 주역의 연륜에 따라 완성도가 좌우된다는 '오네긴'에서 네 사람의 개성은 어떻게 드러날까요?
"오네긴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강효정씨는 발랄한 표현 위주인 1막에서, 강예나씨는 성숙해진 3막에서 장점을 드러낼 것 같아요. 예전에 황혜민씨는 테크닉은 완벽하지만 표정이 다소 굳어 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최근에 놀라울 정도로 나아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오네긴뿐 아니라 여러 발레 작품을 좀 더 쉽게 즐기기 위해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줄거리를 미리 파악하세요. 발레는 줄거리 파악이 아니라 이야기를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하는지에 집중해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장르죠."
▶19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
"오네긴이 여성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린 후에 바닥으로 넘어지는 장면은 크랑코의 천재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단순히 '사랑한다'가 아니고 '사랑한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몸으로 풀어내는 거죠."
―몸동작만으로 극적인 심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데 무용수의 어떤 동작을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손을 보세요. 1막 오네긴의 솔로 장면에서 아라베스크(arabesque·한쪽 다리로 서서 반대쪽 다리를 뒤로 올리는 동작) 후에 한 손을 살짝 볼에 갖다대죠. 우수에 찬 손짓으로 내면이 다층적인 사람이란 걸 드러내는 거죠. 투르앙레르(tours en l'air·공중회전)처럼 남성 무용수가 돌거나 뛰는 장면을 강조하는 고전발레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고요."
―이번 공연은 슈투트가르트 수석무용수로 발탁된 강효정씨를 비롯해 황혜민·강예나·강미선 등 4명이 번갈아 나오는데요. 주역의 연륜에 따라 완성도가 좌우된다는 '오네긴'에서 네 사람의 개성은 어떻게 드러날까요?
"오네긴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강효정씨는 발랄한 표현 위주인 1막에서, 강예나씨는 성숙해진 3막에서 장점을 드러낼 것 같아요. 예전에 황혜민씨는 테크닉은 완벽하지만 표정이 다소 굳어 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최근에 놀라울 정도로 나아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오네긴뿐 아니라 여러 발레 작품을 좀 더 쉽게 즐기기 위해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줄거리를 미리 파악하세요. 발레는 줄거리 파악이 아니라 이야기를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하는지에 집중해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장르죠."
▶19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