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조로, 노래는 언제 부를건가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1.11.07 03:07

연말 뮤지컬 최고의 기대작 '조로' 개막
마술하랴 개그하랴 바쁜 조로, 주인공들 노래가 적어 아쉬워… 조승우, 귀여운 연기로 변신

뮤지컬‘조로’의 주연을 맡은 조승우는‘지킬 앤 하이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서 장난기 넘치고 유쾌한 조로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조로뮤지컬코리아 제공
"검은 마스크와 망토, 그 사람 정말 매력적이야!"

4일 개막한 뮤지컬 '조로'(연출 데이비드 스완)는 주인공 디에고의 대사 한마디로 압축된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自我)인 조로를 향해 던지는 자신만만한 대사처럼, 화려한 군무와 액션으로 무장한 이번 공연도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연말 뮤지컬 시장의 첫 주자이며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조로'는 이사벨 아옌데 원작소설을 각색, 200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했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올린다. 조로 역에는 조승우, 박건형, 김준현 셋이 캐스팅됐다. 19세기 스페인 귀족의 아들인 디에고(후에 조로로 변신)는 아버지의 뜻대로 바르셀로나의 군사학교에 입학한다. 오래지 않아 학교를 박차고 나온 그는 집시들과 방랑하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귀국한다.

조승우는 4일 첫날부터 무대를 달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장난스럽고 귀여운 면모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신분을 감추려고 요란한 귀걸이를 달고 호들갑을 떨 때 여성 관객들은 절로 감탄사를 터뜨린다.

5일 공연에서 박건형이 연기한 조로는 검술 장면에서 호쾌한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주인공에게 느끼한 대사를 날리고서 자신이 먼저 감탄하거나, 가슴을 풀어헤치고 집시의 마술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주며 넘치는 남성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3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지루함의 급소를 찌르는 유머가 일품이다. "이 마술이 잘 될까? 나도 몰라! 오늘 처음 해보거든!", (왜 이제 구하러 왔느냐는 여주인공에게) "조로 망토 7벌 구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등의 유머에 극장 안이 한참을 들썩거릴 정도다.

조로가 마술 하랴 개그 하랴 검술 하랴 바쁜 틈에, 뮤지컬의 흥을 돋우는 것은 앙상블의 빼어난 군무와 합창이다. 플라멩코 춤과 우렁찬 탭 댄스, '밤볼레오'를 비롯한 라틴 밴드 '집시 킹스'의 곡들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가장 인상 깊은 열연을 보여준 이는 이네즈 역의 김선영이다. 그가 출연하는 날에는 제목을 '조로와 이네즈'로 바꿔도 될 만큼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

국내 초연이라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조로를 비롯한 주역들의 노래가 별로 없다는 점은 뮤지컬로서의 생명력을 크게 반감시킨다. 밧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조로의 모습이나 공중 곡예도 다소 빈약하다.

조로와 대립하는 폭군 라몬이 지나치게 평면적인 점도 아쉽다. 그는 시종일관 화를 내고 윽박지르는데, 감정 표현이라곤 부들부들 떨거나 인상 쓰는 것뿐이다. "잡아와!" "체포해!" "죽여버려!"라는 말을 반복하다 "널 갖고야 말겠어!"라며 중인환시리에 여주인공을 쓰러뜨릴 때는 적잖이 당황스럽다. 악당이 매력 없으니, 조로의 응징도 시들하게 다가온다.

결말이 다소 늘어지더라도 커튼콜은 놓치지 말자. 공연이 끝나고 절정이 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나고 화끈한 5분을 선사한다.

▶2012년 1월 15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1544-1555

☞ 조로’가 끝난 직후, 물었다. “오늘 공연 어땠어요?”
(※4일 오후 8시 공연(조승우 조로)과 5일 오후 7시 30분 공연(박건형 조로) 직후 관객평)


초연이라 그런지 약간 어수선했다. 조정은(루이사 역)의 노래가 ‘지킬과 하이드’ 때 비해서 안정적이라 좋았다―20대·여

플라멩코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무대에 힘이 넘쳤다.―30대·여

조승우가 개구쟁이 같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40대·여

조로가 밧줄을 타고 무대로 내려오는 장면이 재미있었다―12세·여

노래가 적어서 아쉬웠다―20대·남

조승우를 오늘 처음 봤는데 듣던 대로 연기력이 뛰어난 것 같다―30대·여

스토리는 조금 실망이지만, 앙상블은 괜찮은 것 같다―30대·남

예상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었다. 조로 역이 박건형에게 맞춤인 것 같다―20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