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나… 전생과 業이 되살아나고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1.11.02 23:38

노재운 '목련아 목련아'展

노재운의 2011년작‘본생경’. /에르메스 코리아 제공
불교 경전인 '목련경(目連經)'은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갖은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진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 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에 매혹된 미술가 노재운(40)은 "'목련경'에 나오는 명계(冥界)의 이미지를 구현해 보자" 마음먹었다. 내달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개인전 '목련아 목련아'가 그 결과물이다.

전시장 입구에는 12개의 붉은 거울을 이어붙인 설치작품 '본생경(本生鏡)'이 설치됐다. 석가모니의 전생을 그린 본생도(本生圖)와 지옥에 온 죄인들의 죄를 비추는 거울인 업경(業鏡)의 개념을 결합한 작품으로 관객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전생과 업을 가늠해 보게 된다. 12개의 거울은 각각 가로 대 세로 비율이 다른데, 이는 지난 100년간 영화에 사용됐던 스크린 사이즈 비율을 차용했다. 노재운은 "거울을 영화 스크린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마음속 스크린에 펼쳐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시실 천장에 설치된 녹슨 쇠사슬에는 옛날 홍콩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많이 사용됐던 '劇終'이라는 글자가 매달려 있다. 작품 제목은 '네트워크'. "쇠사슬은 인연의 그물망을 의미하는데 그것이 더 이상 이승의 것이 아니라서 녹슬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

이 밖에 김기영 감독의 영화 '고려장'(1963) 중 해골산 장면을 작가가 재가공해 프린트한 작품 등 9점의 작품이 전시에 나온다.

영화와 연관된 작품을 많이 하는 것은 작가가 단편영화를 찍은 경험이 있고, 시나리오 작업도 해 왔기 때문. 노재운은 작품 소개 웹사이트 'C12 픽처스'를 자그마한 영화사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C12 픽처스 대표'라고 소개한다. 그는 "나 스스로를 '미술가'로 여기는 것보다 '영화 제작자'라고 여기는 편이 작품이 더 잘 된다. 거대한 극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스토리 라인을 짜고 작업한다"고 했다. (02)544-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