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바흐는 시작과 끝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10.12 23:15

古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 30일 내한 공연

"바로크 음악의 대가인 바흐의 작품은 이름 그대로 시냇물(Bach) 같은 음악입니다. 하지만 그는 굉장히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 겸손이 악보에 묻어나서 연주하면 할수록 같이 겸손해져요. 겸손한 바로크를 21세기 한국에서 우아하게 펼쳐보이겠습니다."

고(古)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Jacobs·65)가 한국에 온다.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23~31일 펼치는 '제4회 국제 바흐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야콥스는 오는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1685~1750)의 'B단조 미사'를 휴식시간 없이 2시간가량 지휘한다. 콘체르토 쾰른(연주), 베를린 리아스 실내합창단(합창), 소프라노 임선혜(35·솔리스트)가 입을 맞춘다. 방한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의 연습실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내게 바흐는 시작과 끝이다. 템포와 코드, 메시지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벽에 부딪힐 때면 본능적으로 그를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나흘간 머물 예정인 르네 야콥스. 곱슬머리와 동그란 안경 그리고 지휘봉 대신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쥐고 움직이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제공

카운터 테너 출신 지휘자인 야콥스는 고음악, 특히 바로크를 이해하는 데 절대적이다. 권송택 한양대 교수(작곡과)는 "야콥스만큼 바흐를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말하게 할 수 있는 음악가는 없다"고 했다. 벨기에 겐트(Gent)의 대성당 소년성가대원이었던 그를 바흐와 연결해준 건 성가대 지휘자 노엘 반 밤빅(Wambeek) 신부. 청아한 목소리를 눈여겨본 신부가 카운터 테너로 키운 것. 야콥스는 "'마태 수난곡'에서 내 존재 이유를 찾았다"며 "거세 대신 두성(頭聲)을 훈련해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카운터 테너가 됐다"고 했다.

지휘자 이력은 41세 때인 1987년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체스티의 바로크 오페라 '오론테아'를 지휘하면서 시작됐다. 지휘자 야콥스는 칸타타, 미사, 바로크 오페라 등 16~18세기 음악을 다양하게 소화해왔다.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와 지금까지 70개가 넘는 음반을 제작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음반은 2004년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상'과 2005년 '최고의 오페라 음반' 그래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휘자로 명성을 쌓을수록 바흐가 그리웠다"고 했다. "바로크는 옛날 것이지만 구태의연하지 않아요. 유럽 도처에 널려 있는 바로크 조각상을 보셨나요? 굴곡 있는 몸매와 수만 가지 말을 담은 표정에서 관능미가 물씬 풍깁니다. 바흐는 이 매력을 자신만의 어법으로 겸손하게 표현했고요." 그는 "내가 느끼는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을 공연장에서 100%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겸손하게' 지휘하겠다"고 말했다.


☞공연 가기 전에 야콥스를 더 잘 알고 싶다면…


 

<음반>

모차르트: '돈 조반니'


르네 야콥스 지휘 | 아르모니아 문디

'코지 판 투테'를 시작으로 '피가로의 결혼' '티토황제의 자비'까지 모차르트 오페라를 녹음한 야콥스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돈 조반니를 연주했다. 2007년 9월 출시.

<책>

요한 세바스찬 바흐 1·2


크리스토프 볼프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바흐에 대한 전기적 에세이. 바흐의 역사적인 가치와 그의 정신적 뿌리, 문화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바흐의 어린 시절부터 눈 감을 때까지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해 인간 바흐, 예술가 바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07년 10월 출간.


▶르네 야콥스 내한 공연=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