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28 23:28
[정상급 안무가 佛 부비에, 한국 무용수들과 신작 연습중]
모든 수단 동원해 '사랑' 표현… 내 무용이 어렵다고요? 마음을 열어주세요
"쉿! '슬픔'을 말할 때는 진짜 슬픈 감정을 나타내야죠. '슬픔-' 하고 난 뒤에 다같이 코를 한 번 훌쩍 하세요. 두 번은 안 되고 한 번만 훌쩍."
작품의 테마는 '사랑'.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얻고 싶어하는 최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날마다 뛰고 구르는 중이다. "사랑의 다양한 층위와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 마리 새가 돼서 아파트를 층층이 바라보는 것처럼요. 1층엔 가족들의 사랑이 있고 13층에선 연인들이 사랑하고 있죠.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고, 외로움이나 기쁨, 격정도 있어요."
그녀의 말이 곧 춤이었다. 손짓과 몸짓, 말의 높낮이와 표정에도 리듬이 실려 있었다. "한국 무용수들과 교감하면서 그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어요. 몸동작 말고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사용할 겁니다. 다만 한국 무용수들은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낯설어하는 것 같아요."
프랑스 현대무용의 새로운 조류인 '누벨당스'를 이끌어온 세계 정상급 안무가. 생동감 넘치며 시적이고 관능적인 표현 스타일을 인정받아 프랑스 르아브르(Le Havre)국립안무센터 예술감독, 프랑스 앙제 국립현대무용센터(CNDC) 원장을 역임했다. 그녀는 "깨고 부수고 충격을 주는 게 아니라도 기존 것을 변형하고 감정 하나하나를 꺼내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바로 누벨당스"라고 했다.
부비에는 지난 4월 방한해 자신의 작품에 출연할 무용수 16명을 직접 뽑았다. 35세 이상과 35세 미만으로 나눠 진행된 오디션에 총 88명이 몰렸다. "젊은 무용수들은 파워풀하고 빠른 춤을 출 수 있지만 '덜 젊은' 무용수들은 경험이 풍부한 만큼 더 풍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부비에는 "한국 무용수들은 잘 교육받아서 테크닉이 아주 좋다"면서 "지난주에 무용수들과 같이 남산국악당에 가서 한국 전통무용 공연을 봤는데 중심을 잡은 절제된 몸짓이 아름다웠다"고 했다.
쉰을 넘긴 지금도 무대에 선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를 뺏기고 아름다움도 덜해지지만, 지금의 몸과 상황에 맞는 춤을 출 자신이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현대무용은 대중에게 인기가 없어요. 보기도 전에 지루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춤은 시와 같아요. 복잡하고 어려울 수는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이 옵니다. 꼭 써주세요. '마음을 열어주세요'라고."
▶국립현대무용단 '왓 어바웃 러브'=11월 5~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 (02)3472-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