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19 00:33
연평도 '백건우 콘서트'
주민 600여명 빼곡, 바다 건너 北 포사격 소리 속 앵콜소리 울려퍼져
"윤정희다! 윤정희 왔다" 주민들 몰려들어
"나 같은 늙은이가 피아노가 뭔지, 크라식(클래식)이 뭔지 어찌 알겄소. 그래도 백건우 선생같이 유~명한 분이 와 있으니, 아이구야! 좋다! 지화자 좋구나~!"
60대 아저씨의 구성진 농에 연주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포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면적 6.3㎢) 연평도에 17일 밤,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65)씨가 이날 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섬마을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섬은 며칠째 들썩거렸다. "피아노 치는 사람이 온다드만." "누구?" "백건우! 윤정희하고 결혼한 남자." "하이구야, 그만치 잘난 사람이 여긴 왜 온대?" "피아노 쳐준다든데."
17일 오전, 콘서트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섬 곳곳에 나부꼈고, 면사무소에서는 공연을 알리는 주민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여인들은 조기역사관 마당 한가운데 불을 피우고, 뒤풀이 음식으로 우럭매운탕과 꽃게튀김, 바지락전을 만들고 있었다. 부녀회장 성복순(57)씨는 "대단한 분이 드실 음식을 만드는 중"이라며 "팔에 저절로 힘이 붙는다"고 했다.
60대 아저씨의 구성진 농에 연주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포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면적 6.3㎢) 연평도에 17일 밤,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65)씨가 이날 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섬마을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섬은 며칠째 들썩거렸다. "피아노 치는 사람이 온다드만." "누구?" "백건우! 윤정희하고 결혼한 남자." "하이구야, 그만치 잘난 사람이 여긴 왜 온대?" "피아노 쳐준다든데."
17일 오전, 콘서트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섬 곳곳에 나부꼈고, 면사무소에서는 공연을 알리는 주민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여인들은 조기역사관 마당 한가운데 불을 피우고, 뒤풀이 음식으로 우럭매운탕과 꽃게튀김, 바지락전을 만들고 있었다. 부녀회장 성복순(57)씨는 "대단한 분이 드실 음식을 만드는 중"이라며 "팔에 저절로 힘이 붙는다"고 했다.
공연 시작 30분 전. 공연장에는 예상을 웃도는 600여명이 찾아와 앉아있는 사람 반, 서 있는 사람이 반이었다. 연평도에서 근무하는 해군·공군, 해병대원 등 군장병 150여명도 구경을 왔다. 군인들은 객석에 앉아 있던 윤정희(67)씨에게 다가가 "영화 '시'를 잘 봤다"며 사인을 청했다.
오후 6시 30분, 드디어 백건우씨가 무대로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첫 곡은 쇼팽의 '뱃노래'. 뱃사람의 섬, 연평도 주민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백씨는 한가로우면서도 풍요로운 리듬으로 곡을 능숙하게 저어갔다.
첫 곡이 끝난 후, 피아노 바로 뒤 '로열석'을 대거 차지했던 초등학생들이 쫓겨났다. 과자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조잘댔기 때문이다. 바다 너머로 북한이 포를 사격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갓난애가 울기도 했다. 몰입이 쉽지 않은 상황. 그래도 관객들은 들으려 애썼다. 4곡의 연주가 끝나자 "앵콜!"이 터져나왔다. 피아니스트는 리스트의 '잊혀진 왈츠'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오후 6시 30분, 드디어 백건우씨가 무대로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첫 곡은 쇼팽의 '뱃노래'. 뱃사람의 섬, 연평도 주민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백씨는 한가로우면서도 풍요로운 리듬으로 곡을 능숙하게 저어갔다.
첫 곡이 끝난 후, 피아노 바로 뒤 '로열석'을 대거 차지했던 초등학생들이 쫓겨났다. 과자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조잘댔기 때문이다. 바다 너머로 북한이 포를 사격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갓난애가 울기도 했다. 몰입이 쉽지 않은 상황. 그래도 관객들은 들으려 애썼다. 4곡의 연주가 끝나자 "앵콜!"이 터져나왔다. 피아니스트는 리스트의 '잊혀진 왈츠'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네 살 때부터 이 섬에 살며 피아노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주민 김수복(64)씨는 "그런 내 귀에도 음악은 좋게 들리더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남편도 좋아라 하고,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소." 유용호(56)씨는 "우리 같은 고기잡이들한테 클래식은 멀고 반갑지 않은 것"이라더니 음악회가 끝나자 표정도, 마음도 바뀌어 있었다. "뭍사람들이 이래서 클래식을 듣는군요. 차분하고 조용하고 참 좋네요"
공연 후 열린 뒤풀이 스타는 부인 윤정희씨. 조명식(69·서울 구로동)씨가 "오래전부터 윤정희 팬인데 못 봐서 속상하다"고 하자 딸 희주(30)씨는 "아빠 옆에 계속 앉아계셨잖아요"라고 했다. 조씨는 당황한 얼굴로 공연장을 휘휘 둘러봤다. 연평도 학생들이 선물한 종이꽃다발을 들고 윤씨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윤정희다! 윤정희!"를 외치며 몰려들었다. "용기와 희망을 갖고 사시면 더 좋은 연평도가 될 거예요." 윤씨의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백건우씨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눴다. "아름다운 섬에서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백씨가 말했고, 조윤길 옹진군수는 "포격 당해 울적한 주민들 마음을 직접 와서 위로해주니 고맙다"고 답했다. 뒤풀이가 끝나고, 주민들은 이 부부가 탄 버스를 지켜보며 손을 흔들었다. 백건우씨가 말했다. "사회자도 없고 우왕좌왕 소란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모험이었다."
공연 후 열린 뒤풀이 스타는 부인 윤정희씨. 조명식(69·서울 구로동)씨가 "오래전부터 윤정희 팬인데 못 봐서 속상하다"고 하자 딸 희주(30)씨는 "아빠 옆에 계속 앉아계셨잖아요"라고 했다. 조씨는 당황한 얼굴로 공연장을 휘휘 둘러봤다. 연평도 학생들이 선물한 종이꽃다발을 들고 윤씨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윤정희다! 윤정희!"를 외치며 몰려들었다. "용기와 희망을 갖고 사시면 더 좋은 연평도가 될 거예요." 윤씨의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백건우씨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눴다. "아름다운 섬에서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백씨가 말했고, 조윤길 옹진군수는 "포격 당해 울적한 주민들 마음을 직접 와서 위로해주니 고맙다"고 답했다. 뒤풀이가 끝나고, 주민들은 이 부부가 탄 버스를 지켜보며 손을 흔들었다. 백건우씨가 말했다. "사회자도 없고 우왕좌왕 소란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모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