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셔라, 가을날의 몸짓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1.09.14 23:33

혁신적 英안무가 칸·스페인 플라멩코발레단 등 내한공연 잇달아

이 가을, 격렬한 몸짓의 향연이 펼쳐진다. 굵직한 해외 무용 대작들이 9~10월 잇따라 한국 관객을 찾는다.

아크람 칸의 '버티컬 로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면 얇은 막에 머리를 대고 있는 주역 무용수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의 앞에는 7명의 무용수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그들이 함께 움직일 때마다 몸에 쌓인 하얀 먼지가 공중에 퍼져 나간다. 마치 제례의식을 치르듯 거칠고도 본능적인 몸부림. 영국의 혁신적 안무가 아크람 칸의 최신작 '버티컬 로드(Vertical Road)'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개막작‘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제공

칸은 2007년 전설적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 공연했던 '신성한 괴물들', 2009년엔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공연했던 'in-i'로 화제를 모았던 안무가. 방글라데시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부터 인도 전통무용인 카탁 등 아시아의 여러 전통춤을 배웠고, 발레와 현대무용을 두루 섭렵하면서 독창적 스타일을 확립했다.

그가 이번엔 '화제성' 대신 '순수한 춤'으로 회귀했다. '버티컬 로드'에서 칸은 인간이 사후(死後)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을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표현한다. 죽음 뒤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기억을 따라 삶의 여러 단계를 거쳐 가는 한 여행자의 여정이 펼쳐진다. 30일~10월 1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발레단

화려함과 정열을 대표하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NE)도 10월 6~9일 첫 내한무대를 갖는다. 40여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관능적 몸짓과 역동적인 군무, 정열의 기타 선율이 어우러진 플라멩코의 진수를 선사할 예정이다.

1부 '듀얼리아(Dualia)'에서는 남녀 무용수의 듀오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2부 '라 레옌다(La Leyenda·전설)'는 20세기 플라멩코의 전설적인 댄서인 카르멘 아마야(1913~1963)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BNE의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집시의 여왕' 아마야의 치열한 삶과 예술을 다룬다. LG아트센터 기획팀은 "여자 무용수들의 신들린 듯 강렬한 춤사위와 화려한 의상, 노래와 기타 반주가 결합된 정통 플라멩코 무대가 관객들을 몰입시킬 것"이라고 했다. 10월 6~9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도심 곳곳에선 세계무용축제

서울 도심 곳곳에서 18일간 펼쳐지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도 볼거리.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17개국의 51개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작인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은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 그의 삶과 예술, 고통과 열정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독일 자를란트주립발레단이 돈론댄스컴퍼니의 안무에 맞춰 공연한다. 29~30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순환과 영원의 수, 숫자 8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는 독일 올덴부르크무용단의 작품 'No.8'(10월 2일·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루마니아·폴란드·체코 등 동유럽 3개국의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줄 '동유럽 포커스'(10월 6~7일·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오른다. (02)3216-1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