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13 23:08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파바로티 계보 이은 호세 쿠라, 지휘자·연출자·사진가 활동도
오는 22~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성공한 성악가 호세 쿠라는 삼손이 된다. 삼손이 누군가. 괴력(怪力)을 지녔지만 미녀 데릴라의 유혹에 빠져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이 잘리고 마는 비운의 인물이다. 생상(1835~1921)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삼손의 이야기를 3막짜리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로 만들었다. 사단법인 베세토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은 15년 만에 이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쿠라의 목소리는 남성적이고 드라마틱해서 오텔로나 삼손 등 주로 강한 남자 역할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베세토오페라단도 그 점에 주목했다. 작년 10월 강화자 단장은 독일 칼스루헤 극장에서 '삼손과…'를 직접 봤다. 쿠라가 주역인 삼손은 물론이고, 연출·의상·조명까지 도맡은 대형 무대였다. 거대한 유전을 배경으로 검붉은 기름과 활활 타오르는 횃불, 유황 냄새 가득한 무대가 장대하게 펼쳐졌다. 한 마리 들짐승을 떠올리게 하는 쿠라의 삼손을 보며 강 단장은 '저 남자를 반드시 불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쿠라의 매니저는 극동의 오페라 무대에 서는 걸 탐탁잖아 했다. 강 단장은 극장 앞 식당에서 쿠라를 직접 만나 한국 무대에 서 달라고 요청했다. "쿠라는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묵묵히 다 먹더니 커피를 마시며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물었어요. '한국 음악 팬들이 나를 얼마만큼 원합니까?' 내가 답했죠. '당신은 1년 전 한국에서 독창회도 열고, 야외 오페라 무대에도 섰다. 하지만 실내 극장의 정식 오페라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팬들에게 오페라 가수로서 당신의 진가를 보여달라!'고요."
이번 무대의 지휘는 쿠라와 오래 호흡을 맞춰 온 칼스루헤 극장 수석 지휘자 요헴 혹스텐바흐, 데릴라역은 메조 소프라노 자비나 빌라이트와 제랄디네 쇼베가 나눠 맡는다. 쿠라는 22·24일 이틀만 무대에 서고, 나머지 이틀 무대는 테너 루벤스 펠리차리가 삼손으로 나온다. 한국인 성악가로는 김관현·함석헌·이준석 등이 출연한다.
▶삼손과 데릴라=22~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476-6224~5
▶독창회=28일 오후 7시 30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042)610-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