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07 22:58
내가 죽도록 열심히 안 하면 단원도 열심히 안 따른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카리스마 야노프스키 음악감독… 내달 내한공연
"음악에 대한 얘기는 자주 하지만 해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의견을 듣고 앉아 있을 바에야 내가 먼저 완벽하게 곡을 이해하고 지휘할 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베를린에는 스타일이 '극과 극'인 지휘자가 둘 있다.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하모닉)이 칭찬으로 단원들을 조련한다면, 마렉 야노프스키(Janowski·72)는 카리스마로 지휘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단원들과 토론을 통해 악보를 해석하는 것이 최근 세계 클래식음악계의 큰 흐름. 지휘자들은 한 곡 안에서도 주제가 바뀔 때마다 단원들과 토론을 하고 연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지도한다. 단원들은 지휘자 투표권도 있어 비위를 맞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야노프스키에게 토론은 없다. 자신이 완벽하게 머릿속에 그려온 그림대로 지도하며 지휘하며 "나를 따르라"고 할 뿐이다.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단원이 있어도 "시끄럽다"며 묵살한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연주하는 단원에겐 직설적으로 단호하게 나무란다. 그래도 반발이 없다. 빼어난 결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지휘자들에 대한 혹평을 서슴지 않았던 세르지우 첼리비다케(1912~1996), 리허설 중 지휘봉을 부러뜨리고 단원들에게 악보를 던졌던 토스카니니(1867~1957) 정도는 아니지만, '제왕적 결정'을 하는 20세기형 지휘자에 속한다.
그가 이끄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작은 사진>이 오는 10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 통산 세 번째 방한이다. 1924년 설립된 이 악단을 10년째 이끌고 있는 마렉 야노프스키는 카리스마 하나로 '악단의 각축장' 베를린에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손꼽히는 오케스트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전엔 1984년 합병으로 어수선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맡아 연습을 게을리하는 프랑스 연주자들을 혹독하게 닦달해, 독일 음악에 정통한 연주단체로 끌어올린 경험도 있다.
야노프스키는 또 베토벤과 브람스·슈베르트 등 전통 레퍼토리에 천착한다. "나는 베토벤과 브람스, 슈베르트 등 전통 레퍼토리에 집중해요.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온 독일 클래식의 정수(core)들이에요. 따라서 내가 줏대를 딱 세워놓지 않으면 틀 자체가 와르르 무너져버려요. 음표 하나, 악상 기호 하나 허투루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라고 주문하는 거지요. 좀 진지할(serious) 뿐이지 꽉 막힌 노인네는 아니랍니다."
자신을 그리 깐깐하지 않은(easygoing)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그에게 '기가 센' 연주자들을 '제압'하는 방법을 물었다. 야노프스키는 "단원들의 특성 파악이 먼저고, 그다음 그들이 눈치 못 채게 소리를 조금씩 고쳐나간다"고 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완벽주의자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나 여행, 지질학, 우주 등 음악과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도 끊임없이 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그걸 바탕으로 악상이 자유로운 환상곡이나 악기군이 겹겹이 뭉쳐 있는 교향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어요." 그는 "말은 참 좋은데 막상 그렇게 하려면 죽도록(die-hard) 해야 한다"면서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이 어디 쉽겠냐"고 되물었다. 그가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반주 역할을 하는 선율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거나 급변하는 템포를 보여주는 건 그 때문이다.
베를린에는 스타일이 '극과 극'인 지휘자가 둘 있다.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하모닉)이 칭찬으로 단원들을 조련한다면, 마렉 야노프스키(Janowski·72)는 카리스마로 지휘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단원들과 토론을 통해 악보를 해석하는 것이 최근 세계 클래식음악계의 큰 흐름. 지휘자들은 한 곡 안에서도 주제가 바뀔 때마다 단원들과 토론을 하고 연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지도한다. 단원들은 지휘자 투표권도 있어 비위를 맞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야노프스키에게 토론은 없다. 자신이 완벽하게 머릿속에 그려온 그림대로 지도하며 지휘하며 "나를 따르라"고 할 뿐이다.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단원이 있어도 "시끄럽다"며 묵살한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연주하는 단원에겐 직설적으로 단호하게 나무란다. 그래도 반발이 없다. 빼어난 결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지휘자들에 대한 혹평을 서슴지 않았던 세르지우 첼리비다케(1912~1996), 리허설 중 지휘봉을 부러뜨리고 단원들에게 악보를 던졌던 토스카니니(1867~1957) 정도는 아니지만, '제왕적 결정'을 하는 20세기형 지휘자에 속한다.
그가 이끄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작은 사진>이 오는 10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 통산 세 번째 방한이다. 1924년 설립된 이 악단을 10년째 이끌고 있는 마렉 야노프스키는 카리스마 하나로 '악단의 각축장' 베를린에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손꼽히는 오케스트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전엔 1984년 합병으로 어수선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맡아 연습을 게을리하는 프랑스 연주자들을 혹독하게 닦달해, 독일 음악에 정통한 연주단체로 끌어올린 경험도 있다.
야노프스키는 또 베토벤과 브람스·슈베르트 등 전통 레퍼토리에 천착한다. "나는 베토벤과 브람스, 슈베르트 등 전통 레퍼토리에 집중해요.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온 독일 클래식의 정수(core)들이에요. 따라서 내가 줏대를 딱 세워놓지 않으면 틀 자체가 와르르 무너져버려요. 음표 하나, 악상 기호 하나 허투루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라고 주문하는 거지요. 좀 진지할(serious) 뿐이지 꽉 막힌 노인네는 아니랍니다."
자신을 그리 깐깐하지 않은(easygoing)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그에게 '기가 센' 연주자들을 '제압'하는 방법을 물었다. 야노프스키는 "단원들의 특성 파악이 먼저고, 그다음 그들이 눈치 못 채게 소리를 조금씩 고쳐나간다"고 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완벽주의자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나 여행, 지질학, 우주 등 음악과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도 끊임없이 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그걸 바탕으로 악상이 자유로운 환상곡이나 악기군이 겹겹이 뭉쳐 있는 교향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어요." 그는 "말은 참 좋은데 막상 그렇게 하려면 죽도록(die-hard) 해야 한다"면서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이 어디 쉽겠냐"고 되물었다. 그가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반주 역할을 하는 선율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거나 급변하는 템포를 보여주는 건 그 때문이다.
야노프스키는 이번 연주회에서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브람스 교향곡 3번 등 그들의 장기인 독일 관현악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2009년 내한 때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한 데 이어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17)이 '황제'로 호흡을 맞춘다. 조성진은 2009년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하마마츠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이 곡을 쳤다. 2년 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공연을 직접 가서 봤다는 조성진은 "그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군더더기 없고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교향악단의 독일적 사운드에 매혹됐었다"며 "그 사이 내 키가 7~8㎝는 더 컸고 생각의 크기도 더 자란 만큼 견고하고 아름다운 베토벤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야노프스키가 혼내면? "그냥 들어야죠, 뭐."
야노프스키는 "한국의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유명해지고 싶나? 그러면 지독히 연습해라! 미친 듯이 악보를 파고들어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한다고 들었다. 실제 무대는 그보다 더 독하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10월 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99-5743
야노프스키는 "한국의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유명해지고 싶나? 그러면 지독히 연습해라! 미친 듯이 악보를 파고들어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한다고 들었다. 실제 무대는 그보다 더 독하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10월 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