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8.18 23:43
전화상담원·주먹밥 장사·거리공연… 그래도 난 웃는다, 들어주는 사람 있기에
정민아씨 이야기 다큐영화로
정민아는 2009년 그의 밴드 일원인 양현모(퍼커션), 곽재훈(베이스)과 함께 '버스킹(거리공연) 투어'를 떠났다. 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감독 최승호) '판타스틱 모던 가야그머'가 18일 개봉했다. 보름 동안 전국을 돌면서 펼친 23회의 공연 여정 등을 담았다. 이 영화는 16일 폐막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지난 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정민아를 만났다.
그는 "버스킹을 하면서 CD 2000장을 팔았다는 한 인디밴드의 경험담에 솔깃해 버스킹을 시작했는데 (나는) 103장밖에 못 팔았다"고 했다. "한명이라도 와서 서 있으면 신나서 연주했어요. 충북대학교 앞에서 늦은 시간에 연주를 하는데 한 주민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러 나왔어요. 알고 보니 그분이 우리 밴드 팬이더라고요. 당연히 '민원 제기'는 없었고 과자와 책까지 선물로 주셨죠."
정민아는 초등학교 때 한국 무용을 배우면서 가야금을 처음 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동네 가야금 교습소에서 본격적으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해 국립국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궁중음악인 '수연장지곡'을 합주했는데 너무 웅장하고 멋져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이렇게 멋진 음악을 하고 있다'는 벅찬 감동마저 느꼈다"고 했다.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고 현재 숙명여대 대학원 휴학 중이다. 휴학 중 홍대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의 가야금 연주를 들은 클럽 사장의 권유로 작곡을 시작하고 무대에 서게 됐다.
정민아는 대학 때 경마장 매표소에서 4년 동안 주말마다 일했다고 한다. 대학원 휴학 이후에는 전화상담원으로 취직했다. "음악으로 돈 버는 게 힘들어요. 할 줄 아는 게 가야금 연주밖에 없으니 취업도 힘들고, 레슨을 하려고 해도 교수님의 연줄이 필요하죠. 나 말고도 졸업 후 전화상담원이 된 같은 과 친구들이 몇 있어요."
2007년 전화상담원을 그만두고 1집 앨범도 낸 후 2009년에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팔았지만, 요령이 부족한 탓에 열흘 만에 장사를 접어야 했다. 영화에도 삽입된 '주먹밥'은 당시의 실패를 노래한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안했으면 국악밖에 모르는 내가 뭘로 노래를 만들었을까. 아마 어떤 얘기로 노래를 만들었어도 겉돌았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낙천적이다. 요즘은 홍대 갤러리 카페에서 공연기획을 하고 공연도 하면서 한달 평균 80만~100만원 정도를 번다.
정민아는 영화에서 술을 마신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과,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사연들을 밝혔다. 그는 "사생활이 나오는 건 부담스럽긴 하다"며 "아버지에겐 아직 영화 얘기도 못 꺼냈다"고 했다.
정민아는 "국악을 사랑하지만 내가 하는 음악은 가야금을 사용한 인디 포크"라며 "본질을 해치지 않는 음악, 자연스러운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보릿고개가 또 찾아오면 어쩌겠느냐'고 하자 그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가야금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요. 배고파서 밥 먹듯이 본능 같은 거죠. 앞으로 보릿고개가 또 찾아올 수 있지만 뭐 어때요? 닥치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테니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