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8.03 23:42
[한국 차세대 대표주자 손열음]
쓰지이와 함께 한다니 무척 설레… 피아노 잘치고 무척 귀여운 친구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수상 이후 쏟아지는 연주회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열음(25)은 '한·일 우정이 울려 퍼지는 희망의 콘서트' 얘기를 꺼내자 까르르 웃음부터 터뜨렸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일본에서 연주회를 자주 했는데 독일로 유학간 이후로는 좀 힘들어졌어요. 그런데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일본인들이 많이 와서 저를 응원해주는 거예요. 일본에는 언제 연주하러 오냐고도 묻고요. 그래서 대답했죠. '조선일보·마이니치신문 공동 연주회로 이번에 갑니다'라고요. 한·일 양국 합동 콘서트라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성악가를 꿈꿨던 어머니는 대신 열매를 맺으라는 의미로 딸 이름을 '열음'이라 지었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열음은 배우는 속도가 빨라 1년이 지나면 스승을 바꿔야 했다. 1997년 차이콥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 2위, 2002년 비오티 콩쿠르 1위, 2005년 루빈슈타인 콩쿠르 3위에 입상하며 '피아노 영재'로 불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유학 중이다.
손열음은 "콩쿠르 이후 사람들이 너무 잘 알아봐서 놀랐다"고 했다. "인터넷 중계를 본 분들이 정말 많아요. 정경화 선생님을 비롯해 대중들까지 음악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같아 기뻐요."
쓰지이와의 인연은 반 클라이번보다 4년 앞선 2005년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쇼팽 콩쿠르에서부터. "사람들이 그를 가리키며 '장애가 있는데도 피아노를 정말 잘 친다'고 칭찬을 해서 눈여겨봤었어요." 손열음은 "그후 반 클라이번에서 쓰지이의 연주를 듣고 소리에 대한 감각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피아니스트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 했다. 쓰지이를 부축하고 시상대에 나온 데 대해선 "누군가 옆에 없으면 방향을 잘 못 잡았어요. 내가 잡아주면 좀 더 편하게 무대로 나갈 수 있겠다 싶었을 뿐인데…"라고 했다.
손열음은 "그후 쓰지이의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칭찬하고 다녔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냥 손만 잡아줬을 뿐인데 너무 큰 칭찬을 받는 것 같아 쑥스러웠다"고 했다.
열여덟 살 때 이미 쇼팽 연습곡 전곡을 녹음한 손열음은 리허설부터 빈틈없는 테크닉, 정확한 박자 설정, 곡의 흐름과 구조에 대한 꼼꼼한 이해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료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한없이 부드러운 손가락이 정말 부럽다"고 할 만큼 그의 작은 손은 신축성이 뛰어나 야무지고 똑 부러지면서도 유려한 타건을 선보인다.
콩쿠르 이후 작년 4월과 6월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연주회를 같이한 손열음과 쓰지이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손열음은 "일본 관객에게도, 한국 관객에게도 양국 피아니스트가 한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건 아름다운 광경일 것"이라며 "가깝지만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역사와 정치, 외교에서 삐걱거리는 사연들을 모두 떠나 말이 필요없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기회가 되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