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모지에 심은 예술 씨앗… 세계가 찾는 음악축제로 꽃피다

  • 이혁재 기자

입력 : 2011.07.25 03:06

대관령음악제 성공하기까지…
강효 교수 지휘 아래 대관령 알리기 구슬땀
2004년 첫 공연1회 1만명이던 관객… 7년 새 4배로 껑충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강원도가 문화의 불모지에 뭔가 새로운 문화의 장을 마련해 보자는 생각을 하던 중 한 음악인의 '세계적인 국제음악제를 창조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탄생했다.

2002년 12월. 2010 동계올림픽 후보지이기도 했던 대관령 일대는 스포츠, 레저, 문화예술이 합쳐진 국제 행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마침 '지휘자 없는 앙상블'로 찬사를 받던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츠의 음악감독인 강효 교수가 강원도를 찾았다. 국내에 세계적인 국제음악제를 만들어 후진을 양성하고자 했던 강 교수는 지난해까지 대관령 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았다.

강원도를 보면서 그는 '아시아의 아스펜'을 떠올렸다. 자신의 상상에 꼭 들어맞는 적지가 대관령이라고 판단한 강 감독은 강원도에 국제음악제를 제안했고 마침 문화 분야의 국제행사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던 강원도의 구상과 일치하면서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태동하게 됐다.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새내기 음악도들을 위한 음악학교도 개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음악학교에 참여한 학생들./대관령 국제음악제 제공

그러나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관령을 국제무대에 알리는 일이 시급했다. 2003년 5월14일 강원도의 지원으로 미국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홀에서 '평창의 사계―국제음악제 창설을 위한 음악적 헌정'이라는 타이틀로 연주회가 열렸다. 연주는 세종 솔로이스츠가 맡았다. 연주회에는 뉴욕 유엔본부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와 세계 주요 언론사들이 초청됐고 이곳에서 대관령 국제음악제 출발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같은 해 6월 12일부터 나흘 동안 대관령 국제음악제 창설을 위한 예비 행사로 '2003 대관령 뮤직페스티벌'이 열렸다. 미국 아스펜 음악제(Aspen Music Festival)를 모델로 한 일종의 미니 국제음악제였다. 행사는 세종 솔로이스츠의 콘서트, 1일 음악학교, 도성초등학교 방문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평창 도성초등학교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전교생이 10여명밖에 안 되는 초미니 학교다.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탄생을 앞두고 관계자들은 미국 아스펜 음악제와 국내의 통영 국제음악제 등을 벤치마킹하는 등 노하우를 축적했다.

2004년 '자연의 영감'을 주제로 제1회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개최됐다. 이후 '전쟁과 평화', '평창의 사계', '비전을 가진 사람들', '음악 이미지 텍스트', '이름에 무슨 의미가', '창조 그리고 재창조' 등 매년 다른 주제의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열렸다. 훌륭한 국제음악제라는 평가가 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1회 때 1만여명이던 관객도 3만~4만명으로 늘었다. 초청 연주가도 1회 34명이던 것이 3회 43명, 4회 47명, 7회 50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기본 구상은 대관령을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부각시킨다는 것이었다. 행사의 목표도 '아시아의 아스펜을 넘어 세계 속의 대관령'이다. '남북 화해의 평화음악제, 동서 화합의 화합음악제, 환경친화적 생명음악제'가 모터다. 이를 위해 시작 단계부터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제1회 음악제가 열린 2004년은 '창설' 단계였고 2회부터 6회 행사가 열리는 2005~2009년까지는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고 위상을 강화하는 '정착' 단계였다. 2010년 이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음악제의 지위를 확보하는 '성숙' 단계다.

세계무대에서의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2006년 1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시작으로 그해 12월 중국 베이징 세기극원, 2007년 6월 프랑스 파리 살가보와 영국 런던 카도간홀 등에서 순회 연주회를 가졌다. 해외 홍보 연주회에는 어김없이 각국 대사와 음악계, 정치계 인사들이 초청됐고 미국 CNN, 중국 CCTV, 영국 BBC, 프랑스 르몽드 등 유수의 언론도 초청됐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감에도 공을 들였다. 강원도 춘천, 원주, 강릉의 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은 물론 남북한 접경지역과 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과 계층을 찾아가는 음악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또 하나 특징이 음악 영재 발굴이다. '찾아가는 음악 학교', '초청 1일 음악 학교' 등을 통해 학생들이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교수들로부터 생생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