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1] '불협화음 속의 반(反)-구성 XⅥ'

  •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 2011.07.19 22:34

빨강, 노랑, 파랑의 마름모꼴이 배열된 가운데 검은 직선과 흰 면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네덜란드 작가 테오 반 되스부르흐(Theo van Doesburg·1883~1931)의 '불협화음 속의 반(反)-구성 XⅥ'<사진·1925년>이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데 스틸(De Stijl)'이라는 그룹을 이루어 함께 활동했던 몬드리안의 작품과 무척 닮았지만, 몬드리안이 수평·수직선만을 사용한 데 반해, 반 되스부르흐는 대각선을 도입했다는 차이가 있다.

'양식'이라는 뜻의 '데 스틸'은 반 되스부르흐가 주축이 되어 1917년에 창간한 잡지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로 화가와 건축가였던 '데 스틸'의 구성원들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시각적 환경과 일상적 공간이 조화롭고 질서 정연할 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또한 질서와 조화를 되찾으리라고 믿었다.

때는 바로 1차 세계대전의 한가운데, 광기 어린 폭력이 판을 치던 시기였으니 질서와 조화를 향한 그들의 열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반 되스부르흐의 작품이 보여주듯이, 그들은 획일적인 대칭과 일률적인 비례가 아니라 상충하는 각 부분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균형 상태를 추구했다.

'데 스틸' 멤버들은 삼원색과 직선만이 보편적인 인간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조형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순수한 유토피아를 꿈꾸던 '데 스틸'마저 반 되스부르흐와 몬드리안 사이의 불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끝내 대각선을 용납하지 못했던 몬드리안이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것들 사이의 조화를 꿈꾸던 고결한 이상이었건만, 대각선 하나 때문에 힘없이 무너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