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는 '헌 책' 입니다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1.06.27 03:05

'포크 거장' 이정선 내달 8일 콘서트

한국 포크·블루스의 거장(巨匠)으로 평가받는 이정선(61·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씨가 다음 달 8일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특별한 콘서트를 갖는다. 관객들에게 관람료 대신 각자 뜻깊게 읽은 '헌 책' 한 권씩을 기부받는 행사이다. 다만 학습지나 잡지는 받지 않는다. 이렇게 모은 책은 외국의 한국학 도서관들에 한국을 알리는 자료로 기증될 예정이다.

사실상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하는' 콘서트는 절대 아니다. 이씨가 이끄는 9인조 이정선밴드가 15인조 클래식 합주단 서울스트링앙상블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여름' '뭉게구름' '섬소년' 등 이씨의 대표적 히트곡을 연주한다. 여기에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원더걸스의 '노바디', 박상철의 '무조건'까지 곡목에 들어 있다. 콘서트 타이틀은 '클래식과 통기타의 만남 콘서트'.

이정선씨는 26일 본지와 만나 '헌 책 관람료' 공연을 열게 된 경위에 대해 "내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 문화재단 측에서 '콘서트 관람료 대신 헌 책을 받아 외국의 한국학 도서관에 기증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해 왔다. 취지에 적극 공감해 선뜻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씨 자신도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

관람료 대신 헌 책을 기부받는 콘서트를 여는 가수 이정선씨.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이씨는 1973년 데뷔해 38년 동안 11장의 앨범을 발표해 왔다. 그는 "포크의 거장이 (사실상의) 무료 공연에 나선 것은 신선하지만 선곡이 너무 대중 취향 아니냐"고 묻자 "난 아무렇지도 않다"라며 껄껄 웃었다. "포크도, 댄스곡도, 트로트도… 다 똑같은 음악이다. 내가 곡을 쓰고 불러도 결국 듣는 이들의 것이다. 이번에 쉬운 노래 중심으로 선곡한 것도 그래서다.(웃음)"

이씨는 그동안 산과 강, 구름 등 자연과 소박한 삶의 낭만을 노래한 '자연주의 포크송'으로 팬들을 매료시켜 왔다. 그러나 2003년 발표한 11집 '핸드메이드' 이후 8년째 새 앨범 소식이 없다. 그는 "그러잖아도 여러 곡을 이미 만들어뒀다"며 "블루스 색채가 진한 음악들로 CD 3장을 가득 채울 것"이라며 12집 계획을 살짝 드러냈다.

이씨는 1999년부터 동덕여대에서 가르치면서 박정아·거미·별·나비 등을 제자로 길렀다. 그는 "제자 녀석들이 데뷔하면서 대개 희한하게 이름을 바꾼다(웃음).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되 후회 없이 열심히 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이정선에게 음악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의 답. "내게 음악은 편안한 공기 같은 것이다. 평소에는 고마움을 못 느끼다가 어느 순간 한없이 고마워지고 행복해진다. 어디서 어떤 분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줘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