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오픈스테이지] 중국에 수출되는 우리 뮤지컬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6.23 09:24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사진제공=(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번 주 초 국내 뮤지컬계에 의미있는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대구시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연출 유희성, 작곡 장소영)가 중국 동방 송레이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이다. 국내 프러덕션이 비싼 로열티를 주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우리말로 바꿔 우리 배우들로 공연하듯이 중국 제작사가 현지 배우들을 기용해 내년부터 중국어판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5년간 로열티로 세금과 티켓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액의 12%를 받는다. 우리가 브로드웨이와 맺는 것과 비슷한 조건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이뤄진 일이고, 뮤지컬의 고향인 미국에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서인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사건이다. 창작뮤지컬의 효시로 평가되는 1966년 극단 예그린의 '살짜기 옵서예'(연출 임영웅) 이래 국내 인력이 만든 뮤지컬이 해외에 수출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간 국내 뮤지컬의 해외 공연이 대서특필된 적은 몇차례 있었지만 바탕에 '애국주의'가 만들어낸 거품이 상당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 '투란도트'는 소리 소문없이 큰일을 이뤄냈다.

'투란도트'는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개막작이기도 하다.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를 뮤지컬 버전으로 바꿨다.

지난 20일 첫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 모임에서 계약당사자인 동방 송레이그룹의 리둔 회장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류(여자 주역)가 죽을 때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장소영 감독의 음악과 이건명 박소연 임혜영 등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 절절한 감성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했다. 그는 "정작 '투란도트'는 중국이 배경인데 한국에서 먼저 뮤지컬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점이 대단하다"며 "오페라는 주요 배역들이 뚱뚱해 현실감이 떨어지는 반면 뮤지컬은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들이 나서 훨씬 공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와 감성이 좋았다는 것이다.

사실 '투란도트'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작품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 4월에 똑같은 푸치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투란도'를 공연해 팬들을 헛갈리게(?) 했고, '대구시와 푸치니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으며, '모티브만 따와 현대적으로 새롭게 세팅하는 게 낫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모두 다 사공을 시키면 배가 바다로 가지 못한다. 유희성 연출은 "보편적인 소재를 갖고 보편적인 뮤지컬을 만들자는 초심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창작 초연인만큼 여기저기 허점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소영 감독의 음악은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원작이 워낙 유명하니 스토리라인만 조금 다듬는다면 글로벌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풍부하다.

창작뮤지컬은 여전히 '브로드웨이 작품에 비해 지루하고, 귀에 쏙 꽂히는 노래가 없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하지만 전통소재를 재발굴하고, 외국 스태프와 합동작업을 하고, 외국에 직접 투자도 하는 등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해외 오페라의 뮤지컬화라는 발상도 이런 맥락에서 태동했고, 작지만 소중한 열매를 맺었다. '투란도트'의 성취는 더 큰 비상을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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