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특별시' 대구

  • 대구=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6.22 02:24

1000석 대극장 11곳… 인프라 탄탄
"계모임서 '오페라의 유령' 보러 간다" 40~50대도 즐길만큼 관객폭 넓어
올 국제뮤지컬축제 개막작 '투란도트'… 음악·안무 재창조 해 中에 역수출

이번 축제 개막작 '투란도트'의 여주인공 투란도트(박소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명물 TKTS(공연티켓할인부스)를 보는 것 같았다. 19일 오후 4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만원의 행복' 티켓부스에는 발매 한 시간 전부터 3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김민영(23·대구 두류동)씨는 "DIMF 폐막작 '사랑해 테레사' R석(5만원)을 1만원에 구할 수 있어 일찍 나왔다"고 했다. 학생부터 아주머니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매표 담당자는 "5시부터 판매하는데 50m 이상 줄이 늘어선다. 선착순으로 하루 200장 파는데 1시간도 안 돼 동난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하나뿐인 뮤지컬 축제인 제5회 DIMF가 20일 공식 개막했다. 축제 개막작인 뮤지컬 '투란도트'(연출 유희성)를 보러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온 관객도 남녀노소 폭이 넓었다. 동생과 함께 온 정민경(34·대구 대명동)씨는 "뮤지컬은 오페라와 달리 기초 상식이 없어도 눈과 귀가 즐겁다"고 말했다. 박연희씨(47·대구 도원동)는 "동네 친목모임에서 단체로 왔다. 볼거리가 화려한 게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했다. 근처 아파트 부녀회의 40~50대 여성을 어셔(객석 안내원)로서 친밀감을 높인 것도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국내 제1의 뮤지컬 도시

대구는 뮤지컬 특별시다. 인구(250만명) 대비 공연장 인프라와 관객 수치가 그렇다. 계명아트센터·수성아트피아 등 1000석이 넘는 대극장이 11개나 되는 대구에 대해 제작자들은 "가장 안정적인 뮤지컬 관객이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

시작은 '맘마미아!'였다. 이 뮤지컬은 2005년 대구에서 56회 공연하며 6만4000명을 모았다. 서울 바깥에서 30회가 넘는 장기 공연은 처음이었다. 대구는 경북은 물론 부산·울산·창원·대전 관객까지 KTX를 통해 흡수하고 있다. 서울에만 왔던 태양의서커스도 내년 처음으로 대구 공연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클래식·무용 쪽에서도 대구는 대형 공연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의 브랜드가 됐듯이 대구를 공연중심도시로 키우고 있다. KDI는 이와 관련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구에서 뮤지컬 동호회 '뮤클'(회원 4000명)을 운영하는 김민수(33)씨는 "매월 한 번씩 뮤지컬 DVD를 보는 정모(정기모임)가 있고 서울은 물론 해외로 원정 관람을 가기도 한다"면서 "대구는 계모임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볼 만큼 뮤지컬이 대중화된 분위기"라고 했다.

티케팅 1시간 전 '50m 늘어선 줄' - 대구 동성로‘만원의 행복’티켓 부스. 발매 한 시간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투란도트' 중국으로 역수출

2007년 시작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올해 처음으로 창작 뮤지컬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DIMF가 직접 기획·제작한 '투란도트'는 원작 오페라의 틀에 음악·안무·이야기를 새로 채운 작품. 신비한 물의 왕국을 배경으로 구애하는 남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투란도트(박소연), 그 저주의 수수께끼 앞으로 나아가는 칼라프(이건명), 그를 흠모하는 노예 류(임혜영)의 비극적 사랑이 강렬한 무대언어로 돌진해왔다.

'투란도트'는 개막과 동시에 12%의 로열티(5년 계약)를 받으며 본고장 중국으로 역수출된다. 대극장 창작 초연이 공연권을 판매하기는 처음.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뮤지컬 '버터플라이즈'로 알려진 중국 송레이 그룹이 내년 베이징에서 중국 배우들로 이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라며 "직접 해외 투어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7월 11일까지 'I Got Fired'(미국) 'At Home'(프랑스) 같은 해외초청작과 '모비딕' 등 창작지원작을 비롯해 5개국 뮤지컬 18편을 공연한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저변을 넓히고 있는 DIMF는 단순한 소비시장이 아니라 프랑스 아비뇽축제, 영국 에든버러축제처럼 테스트 마켓 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