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20 00:18
화랑협 사상 첫 협회葬으로
1957년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결혼한 후 부산으로 간 새댁은 약국 개업 기념으로 평소 좋아하던 도상봉의 10호짜리 '라일락'을 샀다. 틈만 나면 전시장을 돌아보고 생활비를 아껴 그림을 모았다. 1977년 4월, 서울 인사동에 화랑을 열고 수집가에서 화랑 주인으로 변신했다. "소녀 적부터 그림과 함께 생활하며 얻은 즐거움을 화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는 것이 당시 밝힌 창립 이유였다.
'인사동 터줏대감' 김창실(76) 선(選)화랑 대표가 18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황해도 황주 출신인 그는 그림 수집이 취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부모님 권유로 약대에 갔다. 그는 화랑 개관 당시 "장사는 잘 모르니 되도록 화가들의 대여 전시장으로 이끌어볼 생각"이라고 했지만 이후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개관기념전인 '김동수·송수남·하태진'전으로 시작해 30여년간 400여회의 전시회를 기획했다. '마르크 샤갈전'(2003년),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서거 1주년 기념전'(2005년), 이탈리아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전'(2007년) 등 굵직한 해외 작가들 전시도 치렀다. 1979~ 1992년 미술교양지 '선(選) 미술'을 냈고 1984년 상업화랑으로는 처음으로 유망 작가들을 지원하는 '선 미술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했다. 한국화랑협회장을 두 차례 지냈고 2009년엔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화랑 경영자로는 처음으로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남편 이호현(동북관세법인 고문)씨와 아들 성훈(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경훈(이림법률사무소 변호사)씨, 딸 명진(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대표)씨가 있다. 장례는 한국화랑협회 사상 첫 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