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 28번지 차숙이네, 집을 이야기하다

  • 성남아트센터 월간 '아트뷰'
  • 글=김민정 (극작가)

입력 : 2011.06.16 11:42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집짓기 6일째'

무대 위에서 집을 짓는다는 이색적인 발상으로 시작된 '1동 28번지, 차숙이네'.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대산문학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최진아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 배우들이 2년여 동안 집중해서 완성했다. 극이 끝날 즈음, 관객의 마음 한편은 각자의 집으로 채워질 것이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 집은 어디쯤일까. 편지 봉투에 꼭꼭 눌러 적었던 옛 친구의 주소를 떠올리며 이 연극을 선택했다면 조금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다.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는 우리를 집에 대한 추억으로 안내하는 대신 집을 만드는 기초 재료인 흙과 모래와 자갈의 세월에서부터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집까지 아우른다. 그야말로 집에 대한 역사이자 인문학 보고서인 셈이다. 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집이 가진 이야기가 씨줄 날줄로 엮어지는 동안 무대에는 오롯이 차숙이네 집 한 채가 세워진다. 무대에 집을 세우다니, 이 낯설고 위험한 발상이 이 연극의 씨앗이다.

차숙이네 집 삼 남매는 시골에서 혼자 지내는 어머니를 위해 집을 새로 짓기로 한다. 그 집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이 집을 지어준다고 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마음은 갸륵하나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아 남매들은 직접 설계를 하고 동네 인부들과 함께 집을 짓는다. 아버지가 이리저리 고쳐가며 살아온 집, 헐고 다시 지으려니 그 집은 애초에 기초가 비뚤어진 집이었다. 차숙이네 식구들은 여기서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왜 집은 천편일률적으로 네모반듯해야 할까 라는 의문을 품더니 조선 시대 창덕궁의 인정전 앞마당을 비뚤게 만들었던 박자청의 일화를 꺼내든다. 식구가 늘수록 방도 한 칸씩 불법으로 늘려가며 살았던 아버지를 추억하고, 산을 품은 집을 짓자며 기울어진 벽에다 산을 바라볼 수 있게 창을 내기로 한다. 좌충우돌 차숙이네 집 짓기가 수월치는 않지만 그 사이 집은 소리 없이 제 모습을 만들어간다.

이 연극의 묘한 힘은 현장감이다. 실제 무대 위에 기초를 닦고 콘크리트를 치고 거푸집을 세우고 벽체를 올린다.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눈앞에서 완성되어가는 역동성은 마치 관객이 함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 같은 감동을 준다. 또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이 배우들은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해설자로 나서 집에 대한 일화들을 소개하는데, 그 넘나듦이 자유롭고 우리나라 근현대에 들어선 집 구조의 변천에 대해 들려줄 때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연극은 2010년 창작팩토리 우수공연 선정작으로 남산예술센터와 공동 제작을 했으며, 2010 동아연극상 작품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지만 무엇보다 준비 기간부터 2년여를 함께해온 배우들은 손발이 척척 맞아 무대 위에서 집을 짓는 데는 선수가 되었다.

한 시간 반 동안 고군분투하며 집을 지은 그들의 땀과 수고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연극의 주인공은 집이다. 말하지도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지만 오랜 세월과 흔적을 견디며 생명을 보듬고 여기에 있는 바로 그 집. 공연의 마지막에는 집의 의미를 되새기며, 무대 위 집 한 채를 만나게 될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