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16 03:06
업계 "국내 시장 포화상태, 日도 한류스타 원해"…
카라 박규리 '미녀는 괴로워' 주연 발탁
이번엔 카라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음반 발매 첫주에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한국의 걸그룹 카라가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제작사 쇼노트는 "10~11월 일본 오사카 공연에 카라의 박규리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15일 밝혔다. 톱클래스 한류(韓流) 스타가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뮤지컬에 데뷔하기는 처음이다.
영화를 무대로 옮긴 창작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2008년 초연해 대중적 지지를 받은 로맨틱 코미디다. 올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일본·중국 등을 도는 아시아 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한류 스타가 필요했고, 카라 입장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히는 셈이다. 쇼노트 관계자는 "서로 요구가 맞아 성사된 캐스팅"이라고 했다.
창작 뮤지컬과 한류 스타의 결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출연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나온 뮤지컬 '궁', 동방신기 시아준수(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 등은 일본에서 원정온 관객이 많아 따로 '단관(단체관람) 여행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젠 그들을 앞세워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이다. 대극장 뮤지컬 10편이 일본에서 50회씩 공연할 경우 파생상품 없이 매표액만으로도 500억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11일 일본 교토의 미나미좌에서 개막한 뮤지컬 '궁'. 1200석 공연장은 주인공을 맡은 SS501의 김규종을 보러 온 여성 관객으로 꽉 찼다. 만화(2000년)와 TV 드라마(2006년)로 먼저 일본에 건너간 작품이라 줄거리는 다 꿰고 있었다. 객석의 시선은 '국민 아이돌 황태자 전하' 김규종에게 쏠렸다. 가부키 극장이라 그가 하나미치(花道·관람석을 가로지르는 배우 이동 통로)를 지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이 뮤지컬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한류 스타 없이는 일본 관객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궁'의 티켓값은 가장 비싼 좌석이 1만3000엔(약 17만5000원).
내년 초연 예정으로 연출 윤호진, 작곡 양방언, 극작 배삼식 등 탄탄한 진용을 갖춘 뮤지컬 '몽유도원도', 시아준수가 출연했던 '천국의 눈물'도 스타 마케팅과 팬덤을 이용하는 일본 공략을 구상 중이다. 연출가 윤호진은 "일본 시장까지 셈법 안에 넣은 기획·제작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국의 눈물' 제작자 김광수는 "창작 뮤지컬이 나라 밖으로 나가려면 처음엔 한류 스타 없이는 시장성이 없다"면서 "일본측에서도 소녀시대, 카라, 초신성, 동방신기,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장근석·정용화를 원한다"고 했다.
이런 형태의 일본 시장 개척은 고무적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뮤지컬적 완성도를 검증받은 게 아니라 아쉬움이 크다"면서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작품을 다진다면 훨씬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