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15 23:25
바이올리니스트 한빈 "내 공연은 오감 예술"
13일 오후 광화문의 한 카페에 그가 들어서자 눈길이 한꺼번에 그에게로 쏠렸다. 검붉은 긴 드레스에 7㎝ 굽이 달린 부츠, 불꽃처럼 솟구친 머리카락과 짙은 아이라인, 새빨간 립스틱…. "여자보다 화장을 더 잘 한다"는 기자의 말에 바이올리니스트 한빈(24)은 "그럼요, 당연하지요. 이건 예술이니까"라고 답했다.

한빈은 6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최연소 학생으로 배우다 10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12세 때 아이작 스턴을 기리는 제42회 그래미 어워드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10년간 줄리아드에서 대가(大家) 이자크 펄만에게 배웠으며, 주 활동 무대인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고 있는 떠오르는 스타다.
"다섯 살 때부터 가족을 위해 콘서트를 열었어요. 티켓도 한 장에 1달러씩 팔면서요. 저는 이 가족콘서트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노래도 부르고, 작곡도 하고, 소파 뒤에서 가면을 바꿔 써가며 연기도 했어요."
그래서일까. 한빈은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대신 공연 장소와 연주 곡목에 맞춰 자신을 바꾼다. 입술을 새카맣게 칠하고 가면까지 쓰고 생상스 '죽음의 무도'를 연주하거나 호피무늬 레깅스를 입고 그랜드피아노 위에 드러누워 라벨의 작품을 켠다. 올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는 앤디 워홀의 작품 사이에서 바흐를 연주했다.
"악보대로 연주한다고 해서 연주자와 관객이 교감하는 게 아니에요. 연주자들은 관객이 수준이 낮아서 클래식을 외면한다고 투덜대지만 진짜 연주자라면 오감(五感)을 모두 끌어들여 관객이 느끼게 해야 해요." 평상시의 그는 밤 9시 기숙사에서 파티를 여는 룸메이트에게 시끄럽다고 소리를 꽥 지를 만큼 비사교적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만큼 더 과감해진다. "전 감독이자 배우라 생각해요. 공연과 가장 잘 맞는 의상과 화장으로 음악 전체를 '영화'화하는 겁니다."
'2011 디토 페스티벌'에서 그는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한다. "어릴 때 집을 떠나 LA로, 뉴욕으로 돌아다닌 나의 마음이 집시의 정서와 강하게 연결돼 있어서"다. 한빈은 "관객이 내 음악을 듣고 엉엉 울거나 깜짝 놀랐으면, 그래서 이 세상 모든 감정을 다 느끼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7월 2일 오후 2시·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