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09 03:04 | 수정 : 2011.06.09 05:14
창작 판소리 '억척가'서 1인 15역
"억척스럽지 않으면 살 엄두 안나는 전쟁 같은 현실에 위안 됐으면…"
풀어헤친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틀어올려 비녀 대신 숟가락을 푹 꽂는다. "우리네 주머니는 텅텅 비어가고…." 뱃심에서 솟아나는 목소리로 이자람(32)은 '억척어멈'을 노래한다. 2년 전 독립할 때 어머니가 챙겨 준 20년 된 나무 숟가락을 머리에 꽂고서.
14일 무대에 오르는 창작 판소리 '억척가'(이자람 작·남인우 연출)에서 이자람은 혼자 15역을 소화한다. 4세 때 아버지 이규대씨와 함께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를 부르던 그 꼬마다.
"180년대 중국 삼국시대가 배경이에요. 한반도의 어딘가에 살고 있는 김순종이란 여인이 남편한테 버림받고 전쟁이 한창인 중국으로 가서 달구지 상인이 되지요. 여기서 저는 김순종도 됐다가 그녀의 두 아들, 딸도 됐다가…."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이 원작이다.
2007년 선보인 창작 판소리 '사천가'처럼 이번에도 이자람은 혼자 대본 쓰고, 작창(作唱), 배우까지 맡았다. '사천가' 역시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이 원작. 소리꾼 혼자 북 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통 판소리와 달리 연극적 요소를 보탰다. 악사 3명이 등장해 극의 진행을 돕고, 젬베·준준 등 아프리카의 타악기와 기타, 베이스 등을 넣어 소리에 층을 입혔다.
14일 무대에 오르는 창작 판소리 '억척가'(이자람 작·남인우 연출)에서 이자람은 혼자 15역을 소화한다. 4세 때 아버지 이규대씨와 함께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를 부르던 그 꼬마다.
"180년대 중국 삼국시대가 배경이에요. 한반도의 어딘가에 살고 있는 김순종이란 여인이 남편한테 버림받고 전쟁이 한창인 중국으로 가서 달구지 상인이 되지요. 여기서 저는 김순종도 됐다가 그녀의 두 아들, 딸도 됐다가…."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이 원작이다.
2007년 선보인 창작 판소리 '사천가'처럼 이번에도 이자람은 혼자 대본 쓰고, 작창(作唱), 배우까지 맡았다. '사천가' 역시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이 원작. 소리꾼 혼자 북 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통 판소리와 달리 연극적 요소를 보탰다. 악사 3명이 등장해 극의 진행을 돕고, 젬베·준준 등 아프리카의 타악기와 기타, 베이스 등을 넣어 소리에 층을 입혔다.
3일 오후 홍익대 앞 카페에서 만난 이자람은 "사람들이 판소리 다섯 바탕에 빗대 '브레히트 다섯 바탕을 하는 거냐'고 묻는다"며 "나는 브레히트가 아닌 그가 써낸 드라마를 고른 것일 뿐"이라 했다. 무대 위 소리는 폭이 넓고 우렁찬데 일상 속 목소리는 맑고 고요했다. "2년간 희곡집을 찾아 읽었지만 억척어멈만큼 매력적인 이야기가 없었어요. 인물을 사회 모순에 처박아놓고 길을 잃고 자기 가치를 찾는 과정을 잘 그려냈어요. 밥 한 숟갈 떠먹는 게 우리가 지금 하는 행동의 이유이지요."
주인공 순종은 박복한 팔자를 바꿔 보고자 이름을 안나로 바꾼다. "내 더 이상 아이는 안 낳을 테니 안 낳아 안 낳아 안나 안나 더는 안 낳아…." 아비가 다른 자식 셋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안나는 죽은 시체의 이빨에 낀 금 조각까지 뽑아 판다. 장사 밑천인 달구지를 뺏길까 봐 아들의 죽음도 외면한 안나는 다시 한 번 이름을 억척으로 바꾼다. 이자람은 "물가가 오르면서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고, 월세가 올라 집을 옮기는 친구들 삶이 눈에 들어왔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지 못하고 억척스러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이 떠오르더라"고 했다.
"당장 저 역시 밥값 10만원을 쏘면 내일부터 1주일간 굶어야 해요. 이자람이 유명하다는데 이것도 못 내나 싶지만 현실은 그래요. '전쟁 통에 살아가는 억척이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 싶다가도 아 요새 사람들 생각허면 억척스럽지 않고는 살아갈 엄두가 안 나는, 여기가 바로 전쟁터가 아니더냐'란 대사는 그래서 나온 거지요."
이자람은 "자식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억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위안이 된다면 더 좋고"라고 했다. 연출가 남인우는 "관객과 만날 때 배우 이자람은 참 적당히 '오만해서'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그 안에는 관객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있다"고 평했다.
▶억척가=14·15·17일 오후 8시, 18·19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 (02)2005-0114
주인공 순종은 박복한 팔자를 바꿔 보고자 이름을 안나로 바꾼다. "내 더 이상 아이는 안 낳을 테니 안 낳아 안 낳아 안나 안나 더는 안 낳아…." 아비가 다른 자식 셋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안나는 죽은 시체의 이빨에 낀 금 조각까지 뽑아 판다. 장사 밑천인 달구지를 뺏길까 봐 아들의 죽음도 외면한 안나는 다시 한 번 이름을 억척으로 바꾼다. 이자람은 "물가가 오르면서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고, 월세가 올라 집을 옮기는 친구들 삶이 눈에 들어왔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지 못하고 억척스러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이 떠오르더라"고 했다.
"당장 저 역시 밥값 10만원을 쏘면 내일부터 1주일간 굶어야 해요. 이자람이 유명하다는데 이것도 못 내나 싶지만 현실은 그래요. '전쟁 통에 살아가는 억척이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 싶다가도 아 요새 사람들 생각허면 억척스럽지 않고는 살아갈 엄두가 안 나는, 여기가 바로 전쟁터가 아니더냐'란 대사는 그래서 나온 거지요."
이자람은 "자식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억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위안이 된다면 더 좋고"라고 했다. 연출가 남인우는 "관객과 만날 때 배우 이자람은 참 적당히 '오만해서'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그 안에는 관객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있다"고 평했다.
▶억척가=14·15·17일 오후 8시, 18·19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