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01 23:25
대표 주자 5명이 말하는 '관악기의 세계'
"입술엔 로션도 못바르니 눈에라도… 다루는 악기 따라 성격도 다 달라요"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 신부는 원주민 과라니족 사이에서 오보에를 분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다. 무심한 듯 곡진한 오보에 소리를 기억하는 관객은 아직도 많다.
서울 금호아트홀에 '사람의 마음을 여는' 관악기 주자 5명이 한데 모였다. 한국 관악계 대표 주자인 오보에 이윤정(39), 바순 곽정선(39), 호른 이석준(40), 플루트 윤혜리(42), 클라리넷 채재일(33)이다. 관악기는 현악기에 비해 국내에 연주자 수가 적다. 다른 악기와 어울려야 빛이 나는 탓에 독주 무대도 드물다. 금호아트홀은 9일부터 관악기의 질감을 만끽할 수 있는 '2011 클래시컬 프론티어 시리즈'를 펼친다.
◆악기따라 성격 간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플루트는 누나, 클라리넷은 엄마, 오보에는 아줌마, 바순은 할아버지, 호른은 친척(목관·금관에 다 속해서)'이라고 했다. 생김새가 다른 만큼 개성도 뚜렷하다.
제일 튀는 건 오보에다. '음이 높은 나무피리'(haut bois)에서 이름이 생겨났을 만큼 귀에 소리가 명징하다. 공연 전 무대에서 오보에가 한 음을 길게 내면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전체 오케스트라가 그 음을 받아 튜닝한다. "오보에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스트레스"(이윤정)다. 연주자 성격도 제일 예민해져 '오보에 주자들과 놀지 말라'는 농담도 있다. 목관악기 중 제일 낮은 소리인 바순은 수더분하고 털털하다.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데 도가 텄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방귀소리 같다"며 좋아한다. 낮은 음과 높은 음을 골고루 내는 클라리넷의 채재일씨는 "그래서 클라리넷 주자들은 대인관계도 좋다"고 자랑했다.
서울 금호아트홀에 '사람의 마음을 여는' 관악기 주자 5명이 한데 모였다. 한국 관악계 대표 주자인 오보에 이윤정(39), 바순 곽정선(39), 호른 이석준(40), 플루트 윤혜리(42), 클라리넷 채재일(33)이다. 관악기는 현악기에 비해 국내에 연주자 수가 적다. 다른 악기와 어울려야 빛이 나는 탓에 독주 무대도 드물다. 금호아트홀은 9일부터 관악기의 질감을 만끽할 수 있는 '2011 클래시컬 프론티어 시리즈'를 펼친다.
◆악기따라 성격 간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플루트는 누나, 클라리넷은 엄마, 오보에는 아줌마, 바순은 할아버지, 호른은 친척(목관·금관에 다 속해서)'이라고 했다. 생김새가 다른 만큼 개성도 뚜렷하다.
제일 튀는 건 오보에다. '음이 높은 나무피리'(haut bois)에서 이름이 생겨났을 만큼 귀에 소리가 명징하다. 공연 전 무대에서 오보에가 한 음을 길게 내면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전체 오케스트라가 그 음을 받아 튜닝한다. "오보에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스트레스"(이윤정)다. 연주자 성격도 제일 예민해져 '오보에 주자들과 놀지 말라'는 농담도 있다. 목관악기 중 제일 낮은 소리인 바순은 수더분하고 털털하다.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데 도가 텄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방귀소리 같다"며 좋아한다. 낮은 음과 높은 음을 골고루 내는 클라리넷의 채재일씨는 "그래서 클라리넷 주자들은 대인관계도 좋다"고 자랑했다.
◆입술에는 로션도 안 발라
악기의 특성상 관악기 주자들은 여성들도 입술 화장을 하지 않는다. "공 들여 화장하고, 멋진 드레스를 차려 입어도 입술엔 로션조차 안 바른 채 무대에 오른다."(윤혜리) 곽정선씨는 "대신 눈 화장을 죽도록 그려요, 시커멓게" 하며 웃었다.어깨 근육 뭉침은 기본. 클라리넷은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높고, 바순은 허리가 둥글게 휜다. 관 길이가 3.3m인 호른은 '삑사리'(음이탈)가 잦다. "'호른 주자가 천국에 제일 많이 간다'는 우스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호른 '삑사리' 안 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죽도록 연습한다"고 이석준이 말했다.
◆비싼 악기값, 높은 문턱
국내 관악기 주자 중엔 대형스타가 드물다. 악기값이 비싸고 한국인들은 성악·현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은 요즘 30만원대 연습용 악기가 늘면서 대중 인기가 올라갔다. 오보에는 100만~1000만원 사이, 바순은 가장 싼 것이 600만원, 비싼 건 6000만원이 넘는다. 연주자들은 "저렴한 취미용 악기를 늘려 문턱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며 "자주 접할수록 관악기를 향한 사랑도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악기의 재발견…' 시리즈는 이윤정이 시작한다. 9일 피아니스트 오윤주와 함께 생상의 후기 곡부터 외젠 보자, 장 미셸, 장 프랑세의 작품으로 꾸민다. 16일 곽정선은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함께 호세 세키에라, 제임스 워터슨 등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준다. 특히 브라질 작곡가 호세 세키에라의 곡은 한국 초연이다. 이석준은 23일 피아니스트 박수진과 함께 알비노니의 협주곡, 무반주 호른을 위해 편곡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글라주노프, 비탈리 등 20세기 호른 작품까지 아우른다.
▶클래시컬 프론티어 시리즈=9일 오후 8시 이윤정(오보에), 16일 오후 8시 곽정선(바순), 23일 오후 8시 이석준(호른) 금호아트홀, (02)6303-7700
악기의 특성상 관악기 주자들은 여성들도 입술 화장을 하지 않는다. "공 들여 화장하고, 멋진 드레스를 차려 입어도 입술엔 로션조차 안 바른 채 무대에 오른다."(윤혜리) 곽정선씨는 "대신 눈 화장을 죽도록 그려요, 시커멓게" 하며 웃었다.어깨 근육 뭉침은 기본. 클라리넷은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높고, 바순은 허리가 둥글게 휜다. 관 길이가 3.3m인 호른은 '삑사리'(음이탈)가 잦다. "'호른 주자가 천국에 제일 많이 간다'는 우스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호른 '삑사리' 안 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때문이라고 해서 죽도록 연습한다"고 이석준이 말했다.
◆비싼 악기값, 높은 문턱
국내 관악기 주자 중엔 대형스타가 드물다. 악기값이 비싸고 한국인들은 성악·현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은 요즘 30만원대 연습용 악기가 늘면서 대중 인기가 올라갔다. 오보에는 100만~1000만원 사이, 바순은 가장 싼 것이 600만원, 비싼 건 6000만원이 넘는다. 연주자들은 "저렴한 취미용 악기를 늘려 문턱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며 "자주 접할수록 관악기를 향한 사랑도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악기의 재발견…' 시리즈는 이윤정이 시작한다. 9일 피아니스트 오윤주와 함께 생상의 후기 곡부터 외젠 보자, 장 미셸, 장 프랑세의 작품으로 꾸민다. 16일 곽정선은 피아니스트 문정재와 함께 호세 세키에라, 제임스 워터슨 등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준다. 특히 브라질 작곡가 호세 세키에라의 곡은 한국 초연이다. 이석준은 23일 피아니스트 박수진과 함께 알비노니의 협주곡, 무반주 호른을 위해 편곡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글라주노프, 비탈리 등 20세기 호른 작품까지 아우른다.
▶클래시컬 프론티어 시리즈=9일 오후 8시 이윤정(오보에), 16일 오후 8시 곽정선(바순), 23일 오후 8시 이석준(호른) 금호아트홀, (02)6303-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