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31 00:11
지자체장따라… 잘나가던 클래식 공연장 성남아트센터·고양아람누리 '주춤'
대중공연 강조하며 예산삭감, 고양 시장 "균형 맞추라 했지 클래식 줄이라 한 적 없다"지자체 공연장 감독 지낸 인사" 여당 시장 때도시장 요구맞춰 기획공연 급조"
인구 대비 지나치게 큰 공연장차별화 없는 레퍼토리도 문제
#1. 2005년 10월 14일 문을 연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개관작으로 '말러 전문가' 길버트 카플란이 KBS교향악단을 지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려줬다. 한 달여 뒤에는 오페라 '파우스트'가 10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올랐다. 대규모 등장인물에 발레까지 들어가 국내에선 좀처럼 공연되지 못했다. 성남아트센터는 단숨에 국내 정상급 클래식 공연장이 됐다. 하지만 개관 5년을 넘긴 지금 클래식 공연은 성남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6월 3일)와 마티네 콘서트 정도에 불과하다.
#2. 2007년 5월 4일 개관한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스타니슬라브스키극장 오페라단 '카르멘'(2007년), 테너 호세 카레라스 독주회(2009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2010년) 등으로 '서울보다 낫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러나 올해 눈에 띄는 공연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6월 17일) 정도다. 얼마 전 전국 투어를 한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고양아람누리 무대에는 서지 않았다. 당초 기획 단계에서 이 연주회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논의됐으나 없던 일이 됐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따라잡겠다며 성남(분당)과 고양(일산)에 야심 차게 문을 연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의 명성이 시들고 있다. 애초에 클래식 공연장을 표방한 두 공연장에서는 눈길을 끄는 대형 클래식 공연이 크게 줄었고, 있다면 공간만 빌려주는 대관(貸館) 위주다. 브레이크 없이 날아오를 듯하던 수도권 공연장들이 잇따라 후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 2007년 5월 4일 개관한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스타니슬라브스키극장 오페라단 '카르멘'(2007년), 테너 호세 카레라스 독주회(2009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2010년) 등으로 '서울보다 낫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러나 올해 눈에 띄는 공연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6월 17일) 정도다. 얼마 전 전국 투어를 한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고양아람누리 무대에는 서지 않았다. 당초 기획 단계에서 이 연주회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논의됐으나 없던 일이 됐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따라잡겠다며 성남(분당)과 고양(일산)에 야심 차게 문을 연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의 명성이 시들고 있다. 애초에 클래식 공연장을 표방한 두 공연장에서는 눈길을 끄는 대형 클래식 공연이 크게 줄었고, 있다면 공간만 빌려주는 대관(貸館) 위주다. 브레이크 없이 날아오를 듯하던 수도권 공연장들이 잇따라 후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외풍 타는 공연장
공연장을 지휘·감독하는 성남문화재단은 반년 이상 대표이사 자리가 비어 있다. 직원 94명, 연간 예산 200억원을 다루고 공연의 품질까지 관리하는 자리다.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이재명(민주당) 시장이 당선된 후 이대엽(한나라당) 전 시장이 임명한 이종덕 대표이사는 자진 사퇴했다. 성남시는 작년 11월 8일 정은숙 세종대 교수를 후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성남시의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8명 반대, 민주당·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16명 기권으로 부결됐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인사 청탁 배제 원칙을 주장해온 이 시장이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서 임명하려 한다는 의심이 드는 인물이라 부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오페라 연출가인 고 문호근씨의 부인이자 배우 문성근씨의 형수로 2002~2008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지냈다.
고양아람누리의 올해 예산은 123억원. 지난해(152억원)에 비해 29억원 깎였다. 복수의 공연장 및 공연 관계자들은 "강현석(한나라당) 시장에 이어 지난해 7월 취임한 최성(민주당) 시장이 '부르주아들이 보는 공연은 하지 말라' '1~ 2%의 사람들이 보는 공연을 줄이고 98~99%가 보는 무료 공연을 늘리라'고 주문한 후 미샤 마이스키의 가족연주회,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에 투입될 기획 공연 예산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30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며 "편식을 지양하는 차원에서 시민이 무료로 참여하는 거리 축제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지 고품격 공연을 줄이라고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또 "안태경 고양문화재단 대표에게도 큰 틀에서 클래식과 대중적인 공연이 균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뿐 공연팀이 알아서 판단해 결정할 문제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인주 크레디아 공연기획팀 차장은 "정치적 이유로 공연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공연 숫자가 줄고, 공연의 질(質)은 더 낮아졌다"면서 "기획 공연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예산만으로 불가능해 고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아람누리의 클래식 공연은 지난해 100여개였으나 올해는 40개. 성남아트센터 역시 같은 기간 130여개에서 올해는 60여개로 크게 줄었다.
◆제어 안 되는 지역 입김
지자체에 속한 공연장이라 태생적으로 '엄격한 대관이나 공연 선정'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지자체 공연장에서 감독을 지낸 인사는 "전임 시장(한나라당)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공연장을 내주라 하면 대관료도 받지 않고 내줘야 했고, 심지어 시장의 요구에 맞춰 공연장 수준에 맞지 않는 기획 공연을 급조해 올려줘야 했다"면서 "예정돼 있던 공연을 미루고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을 올려준 적도 숱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허영심이 낳은 결과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에 본격적인 클래식 전용 홀을 갖춘 공연장이 예술의전당 하나뿐인 데 반해 인구 99만명의 성남시와 94만명의 고양시에 들어선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는 인구수 대비 '과잉'으로도 비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자체가 '대외 과시용' 공연장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성남아트센터 사장을 지낸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국내에서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 정도로 수준 있는 공연장, 특히 클래식 연주장은 많지 않다"며 "거액을 들여 공연장을 지었는데 많은 이들이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을 못 하게 하면 황당하다"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는 오페라하우스(2200석)와 콘서트홀(1000석), 소극장(350석)을 갖췄다. 고양아람누리는 오페라극장(1900석), 음악당(1500석), 소극장(280석)으로 구성돼 있다. 인근 도시에서 관객을 동원해야 수지가 맞는다. 이들은 서울 주민을 끌어오기 위해 대형, 스타 중심의 공연을 구성했다. 하지만 서울과의 차별성 없는 공연 레퍼토리, 불편한 교통은 오히려 '관객 쏠림' 결과를 낳았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동일한 공연을 서울과 고양에서 함께 진행했을 때 고양의 경우 지난해 티켓 판매 수익률이 많아야 서울의 60%, 적을 땐 20%인 경우도 있었다. 크레디아측은 "요즘에는 서울과 수원, 서울과 대전 식으로 지역을 짜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지휘·감독하는 성남문화재단은 반년 이상 대표이사 자리가 비어 있다. 직원 94명, 연간 예산 200억원을 다루고 공연의 품질까지 관리하는 자리다.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이재명(민주당) 시장이 당선된 후 이대엽(한나라당) 전 시장이 임명한 이종덕 대표이사는 자진 사퇴했다. 성남시는 작년 11월 8일 정은숙 세종대 교수를 후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성남시의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8명 반대, 민주당·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16명 기권으로 부결됐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인사 청탁 배제 원칙을 주장해온 이 시장이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서 임명하려 한다는 의심이 드는 인물이라 부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오페라 연출가인 고 문호근씨의 부인이자 배우 문성근씨의 형수로 2002~2008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지냈다.
고양아람누리의 올해 예산은 123억원. 지난해(152억원)에 비해 29억원 깎였다. 복수의 공연장 및 공연 관계자들은 "강현석(한나라당) 시장에 이어 지난해 7월 취임한 최성(민주당) 시장이 '부르주아들이 보는 공연은 하지 말라' '1~ 2%의 사람들이 보는 공연을 줄이고 98~99%가 보는 무료 공연을 늘리라'고 주문한 후 미샤 마이스키의 가족연주회,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에 투입될 기획 공연 예산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30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며 "편식을 지양하는 차원에서 시민이 무료로 참여하는 거리 축제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지 고품격 공연을 줄이라고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또 "안태경 고양문화재단 대표에게도 큰 틀에서 클래식과 대중적인 공연이 균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뿐 공연팀이 알아서 판단해 결정할 문제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인주 크레디아 공연기획팀 차장은 "정치적 이유로 공연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공연 숫자가 줄고, 공연의 질(質)은 더 낮아졌다"면서 "기획 공연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예산만으로 불가능해 고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아람누리의 클래식 공연은 지난해 100여개였으나 올해는 40개. 성남아트센터 역시 같은 기간 130여개에서 올해는 60여개로 크게 줄었다.
◆제어 안 되는 지역 입김
지자체에 속한 공연장이라 태생적으로 '엄격한 대관이나 공연 선정'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지자체 공연장에서 감독을 지낸 인사는 "전임 시장(한나라당)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공연장을 내주라 하면 대관료도 받지 않고 내줘야 했고, 심지어 시장의 요구에 맞춰 공연장 수준에 맞지 않는 기획 공연을 급조해 올려줘야 했다"면서 "예정돼 있던 공연을 미루고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을 올려준 적도 숱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허영심이 낳은 결과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에 본격적인 클래식 전용 홀을 갖춘 공연장이 예술의전당 하나뿐인 데 반해 인구 99만명의 성남시와 94만명의 고양시에 들어선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는 인구수 대비 '과잉'으로도 비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자체가 '대외 과시용' 공연장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성남아트센터 사장을 지낸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국내에서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 정도로 수준 있는 공연장, 특히 클래식 연주장은 많지 않다"며 "거액을 들여 공연장을 지었는데 많은 이들이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을 못 하게 하면 황당하다"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는 오페라하우스(2200석)와 콘서트홀(1000석), 소극장(350석)을 갖췄다. 고양아람누리는 오페라극장(1900석), 음악당(1500석), 소극장(280석)으로 구성돼 있다. 인근 도시에서 관객을 동원해야 수지가 맞는다. 이들은 서울 주민을 끌어오기 위해 대형, 스타 중심의 공연을 구성했다. 하지만 서울과의 차별성 없는 공연 레퍼토리, 불편한 교통은 오히려 '관객 쏠림' 결과를 낳았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동일한 공연을 서울과 고양에서 함께 진행했을 때 고양의 경우 지난해 티켓 판매 수익률이 많아야 서울의 60%, 적을 땐 20%인 경우도 있었다. 크레디아측은 "요즘에는 서울과 수원, 서울과 대전 식으로 지역을 짜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