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30 23:28
창덕궁 옆 북촌창우극장,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라
일어·영어로 표기한 아리랑… 외국인 관광객도 따라불러
젊은 국악인 위한 무대엔 전통음악과 랩·댄스 섞여… "국악 발전엔 다양성이 필수"
지난달 30일 서울 창덕궁 옆 북촌창우극장에서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익숙한 가락이 흐르는 가운데 무대 위 스크린에는 영어와 일어로 적은 아리랑 가사가 떠올라 눈길을 끌었다. 객석의 일본인 관광객은 스크린에 뜬 일어 가사의 도움을 받아 아리랑을 따라 부르며 흥에 취했다.

북촌창우극장이 작년부터 전통음악 상설공연으로 시작한 '창우아리랑'은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이라는 관광지뿐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 체험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특히 가사 외에 일본어·영어 해설까지 곁들여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시즌3을 끝내고 시즌4를 시작할 '창우아리랑'은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로 공연시간을 잡고 있다.
북촌창우극장은 이렇게 한국 전통 음악을 외국에 알리고, 국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뮤직 워크숍 페스티벌'과 '국제전통악기축제' 등을 열어 세계 전통음악이 서울에서 연주되고 그 기회를 이용해 국악도 해외로 알려지게 하는 것이다.
북촌창우극장이 국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은 젊은 국악인을 위해 소극장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고(故) 허규 전 중앙국립극장장이 1993년 북촌창우극장을 세우면서 전통극과 국악을 위한 터를 잡았다면, 그의 딸 허윤정(43) 대표는 국악의 세계화와 신진 발굴을 위해 장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거문고 연주자이기도 한 허 대표는 북촌창우극장을 맡으면서 2008년부터 '천차만별 콘서트'라는 실험을 감행했다. 대중화를 지향하는 '퓨전 국악' '창작 국악'이 큰 흐름을 타고 있는 가운데 젊은 국악인을 위한 도발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2개월 반 동안 18개팀이 각각 이틀에 걸쳐 자신들의 무대를 펼치는 장기 콘서트다. 작년 대상을 차지한 여성팀 '별악(樂·별난 소리란 뜻)'은 연평도난봉가 같은 전통음악에 랩과 댄스까지 섞어 깜짝 놀랄 만한 무대를 보였다. '별악'은 재기 발랄한 무대 속에서도 경서도민요창법을 제대로 들려줘, 탄탄한 기본 위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선함을 보여줬다.
'천차만별 콘서트' 대상 수상자에게는 연주자의 '명함'이랄 수 있는 음반을 내줘, 국내외로 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허 대표는 "전통 국악이든 아방가르드 국악이든 국악 발전을 위해선 다양성이 필요하다"며 콘서트를 이끌어 오고 있다. 지금까지 52개팀 284명이 '천차만별 콘서트'를 거쳐 갔다.
작년 덴마크에서 열린 WOMEX (The World Music Expo) 오프닝 무대에 허 대표가 이끄는 '토리앙상블'을 비롯해 '바람곶' '비빙' 등 한국팀 연주가 결정되는 이변을 낳았다. 허 대표는 "WOMEX 오프닝 무대는 전통적으로 개최국 음악으로 열어 왔다"며 "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 음악이 올라간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악 평론가 윤중강씨는 "서울에서 국악을 장기공연할 수 있는 무대는 북촌창우극장이 거의 유일하다"며 "젊은 국악 연주자들이 진정성 있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 대표는 "스마트 콘텐츠 경쟁시대에 전통음악과 전통악기의 다양한 변신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전용 소극장은 역동적이고 기동력 있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다듬어 세계무대와 교류한다면 국악도 국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