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톱 5' 경매사 피우친스키 "경매 망치 소리도 악기처럼 조율, 또 조율"

  • 홍콩=곽아람 기자

입력 : 2011.05.29 23:36

"정확하고 절도 있는 망치 소리는 경매라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예요. 망치 소리란 경매 종료를 알리는 신호입니다. 소리가 너무 크면 거슬리고, 너무 작으면 들리지 않죠."

크리스티 소속 국제 경매사 15명 중 '톱 5' 안에 꼽히는 안드레아 피우친스키(Fiuczynski·48)는 음악가들이 악기를 조율하듯 망치(gavel)를 다룬다. 단호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수없이 리허설을 거듭한다. 그는 2008년 첫 크리스티 홍콩 아시아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때부터 계속해서 맡고 있다. 고가 작품 30~50점만이 나오는 고급 컬렉터 중심의 경매다.

크리스티 홍콩의 아시아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전날인 27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만난 피우친스키는 "낯선 경매장에 설 때는 단상 재질과 망치 소리를 조율하기 위해 녹음기를 돌려가며 연습한다"고 했다.

크리스티 스타 경매사 안드레아 피우친스키가 1995년부터 쓰고 있는 망치를 들고 있다(왼쪽). 고래뼈로 만든 19세기 앤티크 망치. 원래 손잡이가 달려 있었지만 그녀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부러졌다. /홍콩=곽아람 기자
그가 자그마한 핸드백에서 꺼내 보인 망치는 고래뼈로 만든 19세기 앤티크 제품으로 손잡이가 없다. "1995년 고객한테 선물 받았어요. 원래 손잡이가 있었는데 떨어뜨리는 바람에 부러졌어요. 그런데 '이상적인 망치'가 됐어요. 손에 쥐는 편이 손을 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손잡이 없는 편이 나은데 제 손과 잘 맞아요. 뼈 망치는 나무망치보다 더 또렷한 소리가 나서 더 좋지요."

경매사는 짧은 순간에 작품의 가치를 응찰자에게 정확히 주지시켜주어야 하는 직업. 물론 '기록'을 깰 수 있도록 '호객'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그녀는 "팝스타 못지않은 무대 장악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날인 28일 이브닝 세일, 눈에 확 띄는 녹색 바지 정장을 차려입은 피우친스키가 단상에 올랐다. 중국 추상화가 자오우지(趙無極)의 유화 '2.11.59'(1959)가 4098만홍콩달러(수수료 포함·약 57억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할 때, 피우친스키의 노련한 망치 소리가 화살처럼 날아와 정확하게 귀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