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30 03:15 | 수정 : 2011.05.30 10:25
[리뷰] 베이스 연광철 '시인의 사랑'
유창한 발성·명확한 해석 돋보여
독일 작곡가 슈만이 1840년 쓴 '시인의 사랑'은 16곡으로 이뤄진 연작 가곡이다. 처음 6곡은 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기쁨을, 다음 8곡은 실연한 슬픔을, 나머지 2곡은 잃어버린 사랑을 향한 회상을 담고 있다. 대개 테너들이 달콤하고 밝은 목소리로 청춘의 아름다움과 상실감을 전달한다.
그런데 지난 28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에서 베이스 연광철(46)이 부른 '시인의 사랑'은 중년신사의 인생 고백록을 떠올리게 했다. 남다른 깊이와 기품으로 연륜이 묻어나는 시인을 보여준 것이다. 가령 제7곡 '내 원망 않으리'에서 사랑을 잃은 시인의 절규는 처절했고, 제13곡 '꿈속에서 나는 울었네'는 비통한 우울함으로 가득 찼다. 후반으로 갈수록 내면으로 침잠하는 점층적 표현의 절묘함은 압권이었다. 곡마다 감정의 상하 진폭이 컸으나 특유의 유창한 발성과 명확한 해석으로 절제를 잃지 않아 '가곡다운' 단정한 느낌이 잘 살아났다.
그런데 지난 28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에서 베이스 연광철(46)이 부른 '시인의 사랑'은 중년신사의 인생 고백록을 떠올리게 했다. 남다른 깊이와 기품으로 연륜이 묻어나는 시인을 보여준 것이다. 가령 제7곡 '내 원망 않으리'에서 사랑을 잃은 시인의 절규는 처절했고, 제13곡 '꿈속에서 나는 울었네'는 비통한 우울함으로 가득 찼다. 후반으로 갈수록 내면으로 침잠하는 점층적 표현의 절묘함은 압권이었다. 곡마다 감정의 상하 진폭이 컸으나 특유의 유창한 발성과 명확한 해석으로 절제를 잃지 않아 '가곡다운' 단정한 느낌이 잘 살아났다.
2부에서는 이탈리아 고전가곡과 베르디의 아리아를 불렀다. 연광철은 단단한 발성으로 이 고아한 양식미의 고전가곡을 아름답게 노래했다.
그리고 이어진 베르디의 아리아는 이날의 백미(白眉)였다. 첫 곡은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에 나오는 애국지사 조반니 프로치다의 애끓는 아리아 '오 조국 팔레르모(O tu Palermo)여'. "사랑스러운 땅이여, 사랑스러운 미소여! 폭정에서 고개를 들고 옛 영광을 되찾자!"는 가사가 콘서트홀에 절절히 깔렸다. 김덕기의 피아노는 피 끓는 흥분을 건반 위로 마구 토해내기 시작했다. 망명지에서 돌아온 애국자의 뜨거운 외침에 섬광 같은 감동이 객석을 가로질렀다. 흥분과 박수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필리포 2세의 아리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가 이어졌다. 그 누가 필리포의 어두운 고독을 이처럼 우아하고 부드럽게 토로할 수 있을까.
베르디 4부작을 통해 연광철은 자신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베이스 가수임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마지막 앙코르 '신고산 타령'으로는 자신이 한국인 베이스임을 웅변했다.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베르디의 아리아는 이날의 백미(白眉)였다. 첫 곡은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에 나오는 애국지사 조반니 프로치다의 애끓는 아리아 '오 조국 팔레르모(O tu Palermo)여'. "사랑스러운 땅이여, 사랑스러운 미소여! 폭정에서 고개를 들고 옛 영광을 되찾자!"는 가사가 콘서트홀에 절절히 깔렸다. 김덕기의 피아노는 피 끓는 흥분을 건반 위로 마구 토해내기 시작했다. 망명지에서 돌아온 애국자의 뜨거운 외침에 섬광 같은 감동이 객석을 가로질렀다. 흥분과 박수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필리포 2세의 아리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가 이어졌다. 그 누가 필리포의 어두운 고독을 이처럼 우아하고 부드럽게 토로할 수 있을까.
베르디 4부작을 통해 연광철은 자신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베이스 가수임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마지막 앙코르 '신고산 타령'으로는 자신이 한국인 베이스임을 웅변했다.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