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26 03:02
극작가 겸 연출가 추민주, 연극 '그 자식 사랑했네'도 학전 무대에 올려…
"'지하철 1호선' 거친 곳이라 氣가 다른 모양이네요"
30대 여성 연출가가 학전그린과 학전블루를 동시에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이 소극장(대표 김민기)의 2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추민주는 이번에 학전이 기획한 30대(代) 연출가 시리즈에 뽑혀 6월 학전블루에 연극 '그 자식 사랑했네'를 올린다. 학전그린에서는 이미 2009년 7월부터 창작 뮤지컬 '빨래'로 관객을 만나왔다.
"스물세 살 때 학전의 조연출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어요. 배우 김윤석씨가 매섭게 심사하던 모습이 생생해요. '빨래'로 이 극장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자 김민기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벌거벗은 기분으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겉치레 없이 해라.' 그 응원에 힘입은 것 같아요."
'빨래'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연출 김민기)의 21세기 버전으로도 불린다. 외지인의 시선으로 서울을 돌아보는 형식부터 빼닮았다. 추민주는 "'지하철 1호선'이 담겼던 극장이고 김윤석 설경구 등이 거쳐간 무대라 기(氣)가 다르다"면서 "창작 뮤지컬로 여기서 1000회를 돌파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뮤지컬 '빨래'의 막바지, 여주인공 나영이가 주인 할매, 희정 엄마와 부르는 '슬플 땐 빨래를 해'에는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돼 있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더 어두운 남을 어루만지는 풍경에 세상이 조금 환해지는 느낌이다.
추민주는 "2005년부터 1300회를 돌파한 이 공연에도 얼룩과 먼지, 주름이 있었다"면서 "밤새 대화하고 술도 마시지만 지나고 보면 시간이 헹궈준 것 같다"고 했다.
'빨래'는 투어팀이 따로 있는데 지역마다 반응이 사뭇 달랐다. 추민주에게 각인된 곳은 경북 안동. 암전(暗轉) 중에 할매 역의 배우가 찰박찰박 이불 빨래 하는 소리와 함께 탁 조명이 들어왔다. "관객 1000명이 집중하며 함께 호흡한 순간이라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연극 '그 자식 사랑했네'는 "2006년 여름 저물녘마다 옥상에 올라가 1주일간 토닥토닥 쓴" 희곡이다. 시인을 꿈꿨던 국어강사 미영과 임용고시 재수생인 영어강사 정태의 연애 이야기. 작가는 "내 지나간 연애들이 남긴 묵은 생각과 문장들을 꺼낸 것"이라고 했다.
추민주가 몸담은 극단의 이름은 '수박'이다. "공연 한 통을 쪼개 관객과 배부르게 나눠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거꾸로 읽으면 '박수'였다.
▶뮤지컬 '빨래'는 학전그린에서 계속 공연. 1544-1555 연극 '그 자식 사랑했네'는 6월 1~19일 학전블루.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