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古書)로 고이 감싼 한국의 '얼'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1.05.23 23:53

전광영, 내달 1일부터 갤러리현대 강남서 개인전

"나는 고서(古書)로 인간의 혼(魂)을 싼다."

미술가 전광영(67)은 고서를 찢은 종이로 삼각형 스티로폼을 싼 후 끈을 묶어 한약방 약첩 형태로 만든다. 약첩 형태의 스티로폼 수만 개를 합판에 붙여 작업한다. 작품의 제목은 '집합(Aggregation)'. 6월 1~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개인전을 갖는 전광영은 "고서에는 세대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지문이 묻어 있다. 내 작품은 그들의 '혼' 집합이자, 궁극적으로 한국인의 '얼'이다"고 말했다.

전광영,‘ Aggregation 08-JU014 BLUE&RED’, 2011 /갤러리현대 제공

전광영이 작품에 사용하는 고서는 한 달에 200~300권가량. 70~80년 전의 것들이다. 지방의 서점에서 주로 족보를 받아서 쓴다. '전자족보'가 유행하면서 고서점에 족보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광영은 "고서를 더 이상 구할 수 없으면 다른 재료를 생각하겠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6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전광영은 예전과는 다소 달라진 작법을 선보인다. 천연염료로 한지를 염색해 그러데이션을 넣고, 빨강·파랑 등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초기작에 비해 색채적 요소가 더해진 이유는 "강렬한 색채로 삭막한 이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기 때문"이다. (02) 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