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19 11:14
장르를 막론하고 작품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입소문이다. 제작발표회에서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입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다.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고 입소문 만큼 빠른 것은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입소문에 민감하다. 전문가의 평 못지않게 입소문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영화나 연극이 보고 싶을 때 흔히 주변 사람들한테 "요즘 재미있는 게 뭐야"라고들 물어본다. "'○○○'는 재미있고,' ○○○'는 생각보다 별로야 '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묘하게 기억의 잔상에 남는다. 그리고 다른 자리에 가서 이야기한다. "요즘 '○○○'가 재미있데." 다단계 판매망을 타듯 어떤 작품에 대한 짧은 평가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간다.
입소문의 힘의 결정판은 자신이 보고난 후에 발생한다. 뭔가 아쉬움이 남더라도, 심지어 굉장히 실망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어딘가 괜찮은 게 있었을 거야'라고 자위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현 시점의 화두에 동참했다는 만족감은 얻었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심리를 잘 알고 있는 제작사로서는 초반 입소문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작품이 괜찮다'는 여론만 형성되고 손님이 몰리면 그 이후에는 어떤 비난에도 견딜 수 있는 뒷심을 얻게 된다. 마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일단 궤도에 앉히면 그 다음부터는 지구의 중력을 타고 저절로 돌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입소문의 영향력은 과거에도 상당했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더 막강해졌다. 홈페이지에 남기는 덧글, 블로거들의 리뷰 등이 자유롭게 실리면서 더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거의 빛의 속도가 되었다.
공연이나 영화 관련 제작사나 학자들이 하는 앙케이트 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 그래서 이것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작품을 보기로 결정했습니까?' 주위의 입소문, 인터넷 덧글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이나 영화를 보기에 앞서 인터넷 덧글을 검색한다. 쭉 훑어보면서 대략 감(感)을 잡는다. 이렇게 덧글이 영향력을 발휘하자 제작사나 팬클럽 등에서 의도적으로 올리는 글들이 많아졌다. 다른 분야에서도 있는 현상이지만 이른바 '알바'를 고용해 조직적으로 호평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신기하다. 그런 것들은 이상하게 냄새가 나고 어색하다. 체조 경기에서 점수를 매길 때 최고점과 최하점은 빼고 나머지를 갖고 평균을 내듯, 마우스로 화면을 내려가면서 과도한 칭찬과 막가파식 비난은 제거하고 중용의 스펙트럼에 있는 글들을 보다보면 대략 '평균'을 알 수 있다.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모두 훌륭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솔직히 몇몇 작품은 왜 인기가 있는 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손님이 몰리는 식당에는 뭐든 이유가 있다. 음식이 맛있거나, 가격이 싸거나, 위치가 좋거나, 주인 할머니가 욕을 구수하게 하거나…. 수익성을 따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입소문을 탈 수 있는 흥행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팀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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