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13 16:11
- 뮤지컬 ‘오디션’
젊은 뮤지션들의 희망가
문희준, 뮤지컬 첫 도전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그때가 자꾸 생각나 이곳에 처음 모이던 날/ 어색했던 연주가 생각나/ 아직 보이지도 않은 꿈들을 만나게 될까/ 이젠 만나고 싶어 다른 내일을.” 5인조 인디밴드와 매니저, 이들은 5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밴드대회 오디션이 열린다는 공고를 보고 벌떡 일어선다. 쪼들리는 살림에 못 가진 것이 더 많지만 이들이 명함처럼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자심감이다.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미래보다 소소한 내일이 주는 감동을 꿈꾸는 젊은 청춘들의 희망 메시지. 뮤지컬 ‘오디션’이 12차 공연을 시작해 장기공연의 대열에 들어섰다.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럼 조금만 먹어.” 4년차 인디밴드가 어느 지하 건물 연습실에 모였다. 이름하여 ‘복스팝 밴드’. 300만원 보증금까지 이미 월세로 빼내줬건만 여전히 월세를 내놓으라는 주인의 성화로 오늘을 시작한다.
뮤지컬 ‘오디션’에 등장하는 최고의 뮤지션을 꿈꾸는 이 여섯 청춘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죽지 않는다. 월세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면 보컬리스트가 자꾸 팀을 떠나고, 배불리 먹을 수 없다는 정도. 순수한 밴드음악의 열정만으로 뭉친 이들은 “특별한 이유도, 거창한 의미도 없어요”를 외치지만 자신들에게 “감동이 흐를” 내일이 펼쳐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에게 딱 하나 남은 자신감마저 무너뜨릴 위기가 닥친다. 밴드를 지탱해주던 한 멤버가 그만 먼 세상으로 떠나버린 것. 꿈과 현실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공존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현실은 꿈을 막아선다.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시련은 강도가 크다. 밴드는 그만 주저앉고 만다.
청춘의 발랄함을 살려낸 무대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극장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규모의 미학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작품은 드라마보다는 음악이다. 배우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음색을 살려낸 뮤지컬 넘버들과 배우들의 라이브연주 솜씨는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그 음악에 가려져 매끄럽지 않은 연기력이 방치되고 있는 문제는 이제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부자연스러운 몸짓, 섞이기보다 튀는 대사, 강약 조절 없는 장면들이 감동을 반감시킨다.
2007년 초연하고, 그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극본상을 수상했다. 12차를 맞는 이번 공연에선 가수 문희준이 밴드 리더 ‘최준철’ 역에 나서 지난 공연부터 투입된 이석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초연부터 과묵한 기타리스트를 연기해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정찬희는 이번에도 그 자리를 지킨다.
“정해진 건 오직 한 가지,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것. 두려워하지 않아요. 내일을 믿어요.” 그날 오디션 무대에 혼자 오른 병태가 밴드의 내일을 잘 불렀는지 극은 알려주지 않는다. 얇은 희망에 이끌려 더 두터운 시련에 도달한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좌절이 낯설지 않듯 희망도 낯설지 않다. 아프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라고 했나. 어깨 처져 있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희망 메시지로 권할 만하다.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7월24까지 이어간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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