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심장' 가는 '한국의 셰익스피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5.11 23:43

극단 여행자 '한여름 밤의 꿈'… 국내 최초로 英글로브 극장에 서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극장서 열리는 연극축제 초대받아 내년 4월30일부터 이틀 공연
원작 뼈대만 남기고 재해석… 도깨비·사물놀이 등 등장

한국의 셰익스피어 연극이 셰익스피어(1564~1616)가 활동했던 영국 런던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에 오른다.

한국 공연을 해외에 소개해온 아시아나우(대표 최석규)는 11일 국제전화에서 "극단 여행자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연출 양정웅)이 한국을 대표하는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선정돼 내년 봄 글로브 극장에 초청됐다"고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영혼'으로 불리는 글로브 극장에서 한국 연극이 공연되기는 처음이다.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있는 글로브 극장. 셰익스피어 원작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극단 여행자의‘한여름 밤의 꿈’이 이 역사적인 무대에 선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글로브 극장은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세상이 무대"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연극적으로 실천한다. 내년 4월 23일부터 6주 동안 세계 38개 극단(38개 언어)의 셰익스피어 연극을 모아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4월 23일은 셰익스피어의 생일이다.

10일 영국에서 글로브 극장 관계자를 만난 최석규 대표는 "글로브 극장의 공식 초청장을 받고 일정을 협의한 결과,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2회 공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워크숍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브 극장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세계적인 연출가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의 작품, 그리스 국립극장, 중국 국립극장 등이 이 축제 공연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양정웅(43)이 연출한 '한여름 밤의 꿈'은 2002년 초연해 20여 개국에 초청된 명품이다. 2005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이듬해 바비칸센터 공연(한국연극 최초)을 거치며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을 도깨비 등 한국적인 재료로 재구성해 공감과 재미를 준다"는 평을 받아 유럽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올해도 독일·헝가리 등의 공연이 잡혀 있다. 양정웅은 "글로브 극장은 영국에 갈 때마다 셰익스피어의 기(氣)라도 받으려고 꼭 들렀던 곳"이라면서 "독창성을 인정받아 그 무대에서 공연한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양정웅 연출의‘한여름 밤의 꿈’. /극단 여행자 제공
'한여름 밤의 꿈'은 원작의 뼈대만 남긴 채 한국적으로 재해석된 희극이다. 무대를 열고 닫는 건 기왓장. 도깨비 무늬가 새겨진 이 기왓장이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려지면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몸짓과 사물 소리가 무대에 차오른다. 한국 도깨비들의 재주와 해학에 홀린 관객은 90분 동안 웃으며 깜빡 세상을 잊는다.

셰익스피어가 배우·극작가로 활동했던 글로브 극장은 1598년 지어졌고 '리어왕' '오셀로' 등 숱한 명작이 여기서 초연됐다. 1613년 '헨리 8세' 상연 중 화재로 소실됐다가 1997년 재건됐다. 자연채광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입석(지붕이 없어 비를 죄다 맞는 자리)까지 꽉 찬다.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을 봤다는 도미닉 드롬굴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에 대해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국제적이고 살아 있는 언어인지 증명할 기회"라고 했다.

양정웅이 1997년 창단한 극단 여행자는 그동안 '한여름 밤의 꿈'을 비롯해 '햄릿' '십이야' '환('맥베스'의 재해석)' 등 6편의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양정웅은 "글로브 극장에서는 세트 없이 배우의 맨몸과 악기만으로 그 공간에 녹아들 것"이라면서 "더 깊고 본질적인 무대언어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