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11 11:17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리와 몸짓을 다시 찾은 느낌? 하여간 요즘엔 살맛 나요."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울시뮤지컬단 '투란도'의 주인공 주성중과 이연경의 얼굴엔 작은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뮤지컬에서 이연경은 타이틀롤인 얼음공주 '투란도', 주성중은 그녀의 사랑을 얻기위해 3가지의 수수께끼를 푸는 '칼라프 왕자'를 열연 중이다.
'투란도'는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를 뮤지컬로 바꾼 작품이다. 고음역대를 오가는 오페라 스타일의 노래, 묵직한 주제, 배우들의 열연 등에 힘입어 '서울시뮤지컬단이 확 바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유료 객석점유율이 70%에 달할 만큼 객석 반응도 뜨겁다.
"침체돼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뮤지컬단 전체에 활기가 감돌고 있어요. '우리도 뭔가 해보자'는 도전정신이 단원들 가슴에 자리잡았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죠."(주성중)
"그동안 해외 라이선스 작품과 어린이 뮤지컬을 많이 하다보니까 좋은 창작뮤지컬에 목이 말랐어요. '투란도'를 통해 오랜 갈증을 풀고 있습니다."(이연경)
1961년 창단된 서울시뮤지컬단은 대표적인 공공 예술단체의 하나로 국내 뮤지컬 발전에 큰 몫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간 민간 프로덕션이 뮤지컬 시장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상당히 잃었다. 많지 않은 예산, 노사갈등에 경영실적까지 내야하다보니 '서울시뮤지컬단의 존립 이유가 뭐냐'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작품을 계속 하다보니 배우들 역시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김효경 단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녹슬어가고 있는 것 같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내 걸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분출구가 없었던 거죠."(이연경)
"고음 훈련, 신체 트레이닝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발성과 동작을 찾아내는 희열이 굉장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자기 안에 숨겨놓았던 가능성을 찾았다고나 할까요."(주성중)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주성중은 지난 1989년 입단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산 증인이고, 2004년 입단한 이연경은 끼와 실력을 갖춘 이 단체의 간판 여배우다. '투란도'에서 오랜만에 콤비를 맡아 서울시뮤지컬단의 자존심을 살려내고 있다. 주성중은 혼신의 연기로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이연경은 차가운 얼음공주에서 따뜻한 여인으로 변하는 투란도를 폭발적인 노래와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실험적인 작품이라 애로사항도 많다.
"첫 아리아가 제몫인데 조금만 호흡을 놓쳐도 '삑사리'가 나기 쉬워요. 은근히 부담되더라고요.(웃음)"(주성중)
"한곡 안에서 진성과 가성을 다 내야하니까 쉽지 않아요. 체력 소모가 심해 공연 끝나고 나면 바로 집에 가서 쓰러져 자버려요."(이연경)
육체적인 피곤함과 정신적인 만족감의 결합은 묘한 쾌감을 발생시킨다. 주성중과 이연경이 요즘 그렇다. "우리나라의 뮤지컬을 이끌어온 단체인데 사람들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가서 많이 속상했다"는 두 배우는 "뮤지컬단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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