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뮤지컬 '100억 흑자 시대' 열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5.10 03:15 | 수정 : 2011.05.10 09:33

초대박 난 '지킬 앤 하이드' - 6개월 장기공연에도 예매율 90%… 한국 배우 공연 사상 최대 흥행
조승우의 마지막 공연현장 가보니 - 풍부한 성량·감성으로 관객 매료, 영화 찍고 뮤지컬 '조로'로 복귀할 듯

'지킬 앤 하이드'가 국내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매일 갈아 치우고 있다.

10일부터 8월 말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4개월 연장 공연에 돌입한 '지킬 앤 하이드'는 지난 8일 기준으로 매출액 190억원을 올렸다. 출연료·대관료·장치비 등 이날까지 든 제작비는 80억원. 해외 저작권자에게 주어야 할 로열티와 예매처 수수료 등을 빼도 폐막될 때는 약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뮤지컬로 흑자 100억원을 돌파한 작품은 없었다.

제작자인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조승우 출연분은 100% 판매됐고 나머지 배우들의 회차도 80% 이상 팔려 전체적으로 유료객석점유율은 약 90%"라면서 "공연 종료 후 정산을 해봐야 하지만 지난 2년간 뮤지컬 '드림 걸즈' 등으로 생긴 적자 80억원을 메우고 남을 만큼의 경이로운 히트"라고 밝혔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조승우·류정한 주연으로 초연 이후 흥행 불패 신화를 써왔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1월 30일 시작돼 8월 말까지 9개월간 이어지는 장기 공연이다. 신춘수 대표는 "'100억 수익'의 일등 공신은 물론 조승우지만 류정한·홍광호·김준현 등 다른 배우들의 공연도 객석이 거의 찰 만큼 관객에게 신뢰를 받는 뮤지컬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대하자마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무대에 돌아온 배우 조승우는 7일 오후 7시 30분 잠실 샤롯데씨어터에 막공(마지막 공연)을 올리고 퇴장했다. '조지킬(조승우+지킬)'의 막공 표는 지난 3월 30일 발매 3분도 안 돼 매진됐고, 공연 몇 시간 전까지도 인터넷에는 "막공 티켓 (웃돈 주고라도) 무조건 삽니다"라는 아우성이 출렁였다. 최소 수만 명이 바랐지만 1211명만 본 '조지킬 막공'을 재구성한다.

뮤지컬‘지킬 앤 하이드’에서 하이드로 변신한 조승우. 그는“2004년 초연 당시 자신이 없어 두 번 거절했던 뮤지컬”이라면서“질리지 않고 늘 반가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7:15pm

조지킬은 이날이 72회째 무대였다. 그에게 6개월이 넘는 장기 공연은 데뷔 후 처음이다. 배우는 오후 5시도 안 돼 분장실에 도착해 목을 풀고 발성 연습을 했다. 공연 15분 전. 조승우를 비롯해 출연진과 스태프는 백스테이지에서 손을 하나로 포갠 채 파이팅을 외쳤다. 누군가 "기대 이상의 발전!"이라고 선창을 했고, 힘차게 "자유!"라고 받았다. 이 뮤지컬 삽입곡 '얼라이브'의 한 대목이었다.

같은 시각 객석은 관객으로 꽉 찼다. 피 말리는 경쟁을 뚫고 '조지킬의 막공' 티켓을 쥔 승자는 대부분 여성 관객이었다. 이별 직전이라서일까. 몇몇 관객의 표정에는 배우보다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7:30pm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을 했다가 신을 모독했다는 비판에 부딪히는 지킬 박사의 이야기다. 조지킬은 "검은 어둠, 길 잃은 당신/ 새벽은 멀고, 끝없는 밤~"을 노래하며 드라마 속으로 관객을 데려갔다. 상태가 최상은 아니어도 몰입시키는 힘이 있었다. 어조와 리듬감, 몸짓으로 단점인 가창력을 커버했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 '지금 이 순간'이 흘러나오며 객석 반응은 극점을 찍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 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금 내겐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뿐…." 풍부한 성량과 폐활량이 필요하고, 짧지만 감정을 집중해야 하는 곡이다. 조지킬은 자신의 몸에 약물을 주사하기 전 부르는 이 노래에서 음악적이면서 감성적인 역량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냉혹한 살인마 하이드로 변신했다.

2막에서 조승우가 지킬과 하이드를 왕복하며 부르는 노래 '컨프런테이션(Confrontation)', 절실한 마음을 담은 '더 웨이 백(The Way Back)'도 큰 박수와 환호성을 받았다. 지킬과 사랑의 삼각관계를 만드는 엠마와 루시는 이날 각각 조정은, 김선영이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첫공과 같았다. 두 여배우도 드라마틱한 감정과 빼어난 가창력으로 조지킬의 막공을 빛내줬다.

10:10pm

160분이 지나 이제 커튼콜. 기립박수는 앙상블 배우들이 나올 때부터 시작됐다. 이 순간만 기다린 사람들 같았다. 조승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작품에 정이 많이 들었고 모든 걸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제대할 때 체중이 65㎏이었는데 지금은 59㎏이에요. 여러분의 응원이 있어서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근데 너무 많이들 보셔서 돈이 없지 않나요? 두어 번만 보세요…."

공연계에서는 11월 개막하는 '조로'를 그의 다음 뮤지컬로 예상하고 있다. 조승우는 "긴장하면 벌이 손을 막 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지킬 앤 하이드'가 그렇다. 분장 지울 기력도 없는데 다음 날 또 이 공연을 하는 건 작품이 주는 힘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궁금하다. 그는 이날 분장실에서 어떤 마음으로 '지킬'을 지웠을까.

▶'지킬 앤 하이드'는 8월 말까지 홍광호·김준현·김우형이 지킬을 나눠 맡으며 계속된다.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