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비자금 조성 도운 혐의'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 구속… 다른 사람 그림 담보로 수백억 대출받아 횡령

  • 정한국 기자
  • 최종석 기자

입력 : 2011.05.07 00:56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 작품
90억 상당의 '스틸 라이프' 포함
홍씨 "미술계 관행이다" 항변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72년작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Still Life with Stretcher, Mirror, Bowl of Fruit)'. '스틸 라이프' 시리즈 중의 한 작품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로 홍송원(57) 서미갤러리 대표를 6일 구속했다. 검찰은 홍씨가 다른 사람 소유의 그림을 담보로 수백억원을 대출받아 횡령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가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맡긴 그림 중에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72년작 유화인 '스틸 라이프(Still Life)'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틸 라이프'는 시가 90억원 상당의 작품이다. 그림의 실소유주는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M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작품이 스틸 라이프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은 홍씨가 미술품 거래를 가장해 오리온그룹이 40억6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도운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술품 횡령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다른 사람이 팔아달라며 맡긴 그림 3~4점을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아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홍씨가 담보로 맡긴 미술품 3~4점 중 하나가 원래 오리온 계열사 소유인 스틸 라이프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림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리온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날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현 CJ E&M) 전 대표 김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2007∼2008년 방송·미디어사업과 관련해 협력업체 관계자로부터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온미디어 대표로 재직할 당시 이 회사가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거나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스틸 라이프'는 어떤 그림?
리히텐슈타인이 1970년대 시도한 정물화 시리즈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그림 '스틸 라이프(Still Life·정물)'는 시리즈로 미국의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Lichtenstein·1923~ 1997)의 작품이다.

리히텐슈타인은 '팝아트 작가' 중에서 앤디 워홀 다음으로 비싸게 팔리는 작가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화제가 된 '행복한 눈물'도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스틸 라이프' 시리즈는 70년대 작품으로 만화 이미지가 들어 있는 작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 이미지가 자기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자 70년대부터는 다양한 소재의 '정물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홍 대표가 담보대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스틸 라이프'는 시가 90억원 상당이다. 리히텐슈타인의 '스틸 라이프' 시리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200만홍콩달러(당시 환율로 약 96억원)에 낙찰된 1972년작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Still Life with Stretcher, Mirror, Bowl of Fruit)'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중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2010년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4264만2500달러(약 472억원)에 팔린 1964년작 유화 '오… 올라잇(Ohhh... Alrigh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