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수영선수 출신 인어야"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5.05 03:22

7~8일 광화문서 한강까지 인어 放生 퍼포먼스 펼쳐
"한강서 특훈까지 마쳤어요"

7~8일 오후 서울 도심에 '인어'가 나타난다. 매끄러운 꼬리를 가진 인어는 물 5t을 채운 4m×2m×2m 크기의 수조에서 헤엄을 친다. 이 수조를 실은 트럭은 세종문화회관-시청-명동-종로-신촌을 시속 5~10㎞로 이동한다. 인어는 오후 6시 여의도 마포대교 아래에서 한강으로 '방생'된다.

열혈예술청년단이 펼칠 거리 퍼포먼스 '인어 이야기'(연출 윤서비)의 시나리오다.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초청된 이 공연은 실제(진짜)와 헛것(가짜) 사이에 있다. "일상에 판타지를 심고 싶다"(연출가)는 이 공연에서 인어 역을 맡은 박흥서(25)씨를 4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였다는 그는 "배우로서 설치미술에도 관심이 많은데 인어 역할은 듣자마자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어’차림을 한 배우 박흥서는“꼬리지느러미가 뭍에서는 버거워도 물에서는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북창동의 한 모텔에서 3시간 동안 분장을 하고 나왔다는 박흥서가 모자와 점퍼를 벗자 알록달록한 '비늘 화장'과 긴 레게 머리가 드러났다. 30분 뒤에는 부산에서 실리콘으로 특수 제작했다는 '꼬리지느러미'(길이 120㎝)가 퀵서비스로 도착했다. 그가 바지 입듯 꼬리를 부착하고 인어처럼 잔디밭에 눕자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2월 말부터 서울체고, 잠실학생체육관 등에서 다이빙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배웠어요. 지난주에는 한강에서 가제작한 꼬리를 달고 연습을 했는데 확 실전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강에서 150m가량 헤엄을 치는데 물살은 생각보다 견딜 만했어요."

박흥서가 인어로 완전히 변신하는 데는 약 6시간이 걸린다. 얼굴과 상체(살구색 옷)에 특수 분장을 해야 하고 꼬리를 실리콘으로 몸에 완전히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강물이 차면 수트 위에 칠을 하고, 적당하면 코르셋 위에 칠을 할 예정이다. 그는 "수트를 입으면 뚱뚱해 보여서 춥더라도 코르셋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꼬리지느러미는 20㎏의 무게라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잘 뜬다. 박흥서는 "수영장에서는 모노핀(양발을 하나의 물갈퀴에 끼우는 것)을 달고 연습했는데 안 쓰던 근육을 쓰느라 파스 붙이고 침 맞아가면서 했다"면서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 던져지는 것이라 공연이 점점 기대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게 공연인가, 아닌가' 하는 혼돈을 겪을 테고 나는 장난을 거는 느낌이에요. 인어 자체가 돼야 한다는 게 고민이지요."

수조 안에서 생리 현상은 어떻게 해결할까. 박흥서는 "물 마시는 걸 가능한 한 피하고 있다. 이튿날 또 들어가야 할 수조라서 한강으로 뛰어들 때까지는 가능한 한 참을 것"이라며 웃었다. 연출가 윤서비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라면서 "한강변에서는 인어 외에도 시민으로 가장한 배우들이 또 다른 상황극을 펼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