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희 없는 연극 '3월의 눈'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5.04 00:10

"뇌졸중으로 쓰러져 회복 중" 장민호, 다른 배우와 무대에

7일 개막하는 국립극단의 연극 '3월의 눈'(배삼식 작·손진책 연출) 앙코르 무대에서는 원로 배우 백성희(86)를 만날 수 없다.

백성희는 2일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말 뇌졸중으로 쓰러져 집에서 회복 중"이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연습기간 내내 앓아서 이번 공연은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백성희의 빈자리는 더블캐스트인 배우 박혜진이 맡게 된다.

지난 3월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초연된 '3월의 눈'은 합치면 나이 173세인 국립극단 원로 배우 장민호(87)·백성희를 위해 쓰여진 헌정 연극이다. 장민호가 맡은 '장오', 백성희(본명 이어순이)가 맡은 '이순' 역은 다 이름에서 따왔다. 대중과 평단의 호응으로 재공연되는데 여주인공이 설 수 없게 된 것이다.

연극은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장오와 이순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렸다. 장오는 손자를 위해 집을 팔고 요양원으로 가야 할 처지고, 사별한 이순과 대화하며 문창호지를 바른다. 백성희는 이 무대에서 부드러운 호흡과 정확한 화법, 서정적인 연기로 짱짱한 현역의 모습을 보여줬다.

연극‘3월의 눈’의 백성희(왼쪽)와 장민호. 앙코르 무대에는 백성희가 서지 못한다. /국립극단 제공
장민호는 "'3월의 눈' 연습 때 평소와 달리 대본 외우는 속도가 더뎌 좀 이상했다"면서 "병문안을 갔었는데 그만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전화도 안 하고 있다"고도 했다.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무리해서 출연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배우의 건강은 처음부터 이 연극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대체 배우를 준비한 것이다. 백성희는 지난 3월 "우리가 교대로 아프면서 질척질척 왔어. '장 선생 안 나오면 나도 안 한다'고 했지. 이 작품, 두 노인네 놓고 쓴 거예요. 우린 '공동 운명체'야"라고 했었다.

결국 이번 무대에는 장민호 혼자 오른다. 백성희는 "평생 처음 한가하게 지내고 있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연극 '달집' '만선'으로 유명하고 영화 '봄날은 간다' 등에 출연한 국립극단 '무대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