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재회… 여전히 새로운 '리스트'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05.03 23:29

백건우, 내달 19·25일 연주회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리스트(Liszt·1811~1886)는 소설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2세 때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가 더는 가르칠 게 없다고 극찬할 만큼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사교계에 발이 넓어 베를리오즈·쇼팽·파가니니와 교제했다. 자신의 제자나 유부녀들과 자주 사랑에 빠졌고, 말년에는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흑의(黑衣)를 둘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크레디아 제공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백건우(65)가 리스트 작품으로만 연주회를 갖는다. 6월 19일과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백건우, 그리고 리스트'다. 백건우는 쇼팽과 베토벤, 브람스 등 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전작(全作)주의자로 이름 높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도 '리스트의 모든 것(All Franz Liszt)'이다.

연주회는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첫날인 19일에는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8곡), 25일에는 후기 작품(6곡)과 소나타(1곡)를 연주한다. 그중 '순례의 해'는 노년의 리스트가 세상의 모든 고통과 이별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이미지로 만든 곡이다. 제1년 '스위스' 중 제6곡 '오베르만의 골짜기'에는 리스트가 작곡 당시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 '오베르만'의 한 구절이 인용돼 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이름을 딴 '메피스토 왈츠'는 난곡(難曲)으로 유명하다. 신들린 바이올린 연주로 사람들을 홀리는 메피스토의 모습이 88개의 건반을 통해 생생히 그려진다.

백건우는 1980년대 초 프랑스에서 6회에 걸쳐 리스트 독주회를 연 적이 있다. 30년 만에 다시 리스트로 돌아간 백건우는 "대부분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리스트는 같은 곡을 오랜 시간에 걸쳐 서너 번씩 재(再)작곡했기 때문에 '진짜 리스트'를 고르는 것부터가 도전이었어요." 연주 인생 45년을 훌쩍 넘긴 백건우는 "나이가 들고 보니 곡이 변하듯 나 자신도 변하더라"며 "곡에 숨겨져 있는 리스트의 복잡다단한 본질을 끄집어내 나의 음악 세계를 한 번 더 넓히는 게 이번 연주회의 목표이며 화두(話頭)"라고 말했다.

▶백건우, 그리고 리스트=6월 19·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18-4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