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서울시뮤지컬단 맞아?" <투란도>의 신선한 충격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1.05.03 16:56

◇공연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서울시뮤지컬단의 '투란도'
"와~, 서울시뮤지컬단 맞아?"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는 김효경 단장.
대표적인 공공 예술단체 중 하나인 서울시뮤지컬단의 '변신'이 공연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투란도'(연출 김효경)가 그 진원지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뮤지컬로 바꾼 이 작품은 신선한 기획과 탄탄한 연출, 하이C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열창과 열연,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무대 메카니즘이 어울려 박수를 받고 있다.
'오페라같은 뮤지컬'을 표방한 작품답게 대사없이 노래와 레치타티보(노래하듯 대사하는 것)로만 이루어져 있다. 주요 캐릭터들의 아리아는 다양하게 변주되고, 상승과 분출, 확산의 음악적 구성을 보여준다. 여전히 일부 창작뮤지컬이 연극에 노래 몇 곡 얹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떠올리면 형식에서도 도전 의지가 읽힌다.
이따금 고음역대에서 속칭 '삑사리'가 나고, 레치타티보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혼신을 다하는 배우들의 열연에 '용서'가 된다. 칼라프 왕자 역의 고참 주성중은 10여년 전 '명성황후'의 홍계훈 역을 할 때의 열정이 오버랩됐고, 투란도 역의 이연경은 '이런 배우였었나'할 만큼 숨겨놓았던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있다. 성벽과 왕궁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4개의 세트는 그 안에 두 명씩 배우가 들어가 현란한 전환을 이뤄내 눈길을 끈다.
1961년 예그린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서울시뮤지컬단은 국내 창작뮤지컬 발전에 큰 획을 그어왔지만 최근 10여 년간 정체를 거듭해온 게 사실이다. 많지 않은 예산과 노사갈등 등으로 맘 편히 작품에 몰입할 수 없었다. '고인 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 말 김효경 단장이 취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과거 '독불장군'으로 불릴 만큼 거침없는 카리스마로 유명했던 김 단장은 "고음을 뚫어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며 배우들을 설득했다. 올해 1월부터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도 높은 보컬 및 신체 트레이닝으로 배우들의 정신무장을 새롭게 했다. 레슨이 필요한 배우는 밤에 남겨 따로 훈련을 더했다. 그는 " 배우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싶었고, 서울시뮤지컬단의 존재 의의를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성중은 "처음엔 음이 높아 솔직히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잊고 지내던 기(氣)를 되찾은 기분이다. 내 자신의 배우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했고, 이연경은 "트레이닝을 하면서 옆에 있는 선후배들의 실력이 느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이런 면이 숨어있었나 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단장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외부배우에게 문을 열었다. 아울러 소속배우들에게도 뮤지컬단 스케줄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외부작품에 많이 출연해 경험을 더 쌓아오라고 공포했다. 닫혀 있던 뮤지컬단에 불어온 소통의 바람이 어디까지 다다를 지 관심을 모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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