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03 03:04 | 수정 : 2011.05.03 03:09
국제무대 25주년 조수미 서울 공연
노래 잘하는 사람은 '억수로' 많아… 카리스마 남달라야 세계서 인정
내가 30년 배운 것 이젠 나눌 것
조수미(49)의 노래 인생은 '좌절'에서 시작됐다. 처음 참가한 핀란드 콩쿠르(1984)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그는 예선 탈락했다. 핀란드와 중국이 국교를 맺으면서 수상자가 중국인으로 내정된 탓이다. 상심한 딸에게 어머니는 말했다. "최고가 아니고, 일등이 아니어도 좋다. 아름다운 노래를 하면 된다." 다시 일어선 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카라얀)이란 극찬을 받으며 높이 날아올랐다.
그로부터 25년. 올해 국제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은 조수미가 고전 중의 고전 바로크에 도전한다. 헨델(1685~1759)의 아리아 '빛나는 세라핌'과 비발디(1678~1741)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등을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그녀가 공연 준비차 지난달 28일 입국했다.
―바로크 무대는 처음이다.
"웬만큼 노래한다는 사람도 바로크는 두려워한다. 바로크는 절제와 정돈이 특징이다. 패션을 예로 들면, 명품 브랜드인 아르마니의 옷은 장식이 없고 단순하지만 밋밋함을 뛰어넘는 세련됨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의 사람됨이 묻어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조수미의 장기는 고난도 테크닉과 화려한 기교다. 반면 바로크 음악은 기교는 과감하게 덜어내고 담백하리만큼 간결하게, 때론 사정없이 몰아치며 불러야 한다.
"나도 그게 두렵다. 원음으로 부르는 게 버릇이 됐는데 음역이 한 옥타브 떨어지니 집중하기 어렵다. 대신 바로크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사제였던 비발디가 미사를 집전하던 성당과 헨델이 머물던 저택에 가봤다. 내가 드러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바로크 무대는 처음이다.
"웬만큼 노래한다는 사람도 바로크는 두려워한다. 바로크는 절제와 정돈이 특징이다. 패션을 예로 들면, 명품 브랜드인 아르마니의 옷은 장식이 없고 단순하지만 밋밋함을 뛰어넘는 세련됨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의 사람됨이 묻어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조수미의 장기는 고난도 테크닉과 화려한 기교다. 반면 바로크 음악은 기교는 과감하게 덜어내고 담백하리만큼 간결하게, 때론 사정없이 몰아치며 불러야 한다.
"나도 그게 두렵다. 원음으로 부르는 게 버릇이 됐는데 음역이 한 옥타브 떨어지니 집중하기 어렵다. 대신 바로크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사제였던 비발디가 미사를 집전하던 성당과 헨델이 머물던 저택에 가봤다. 내가 드러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클래식한 면모를 지금 서울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서울만큼 바쁘고 피곤하게 사는 데가 있나. 마음 담아 노래해도 스모그와 불신, 귀찮음으로 가득한 청중에게 진심이 닿을까 유일하게 걱정되는 곳이다. 바로크 음악은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절대자에게 기댄다. 그래서 바로크를 부르는 순간 나는 400년 전과 오늘의 영혼을 이어주는 메디움(medium·중간자)이 된다."
―조수미를 잇는 한국인 소프라노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르겠다. 남자 성악가는 눈에 띄던데…. 노래 잘하는 사람은 '억수로' 많다.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무대에 섰을 때 확연히 다른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관계'도 좋아야 한다. 그리고 체력. 날마다 다른 대륙에서 멀쩡히 먹고 잘 줄 알아야 한다. 5년 안에 마스터클래스를 만들 계획이다. 특별히 재능있는 한 사람 찾아 30년 동안 고생하며 배운 거 나눠줄 거다. 한국이 낳은 별로 반짝일 수 있게."
―마지막 무대는 언제.
"25년을 따박따박 걸어온 것처럼 롱런할 자신 있다. 내 보컬 컨디션은 지금 최고다. 바로크 음악이 내게 맞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서 열정이 계속된다면 오래 노래하고 싶다."
▶조수미&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6~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