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입력 : 2011.04.29 18:24




- 연극 ‘디너’

파경 맞은 12년차 부부
커플 두 쌍 경쾌한 얘기
음식으로 복선 ‘감칠맛’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한쪽에는 나를 남자로 인정해주는 여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나를 비난하는 아내가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겠어?” 여자가 생긴 것을 고백한 친구 탐이 비장하게 말한다. 듣고 있던 다른 친구 게이브는 두 손에 든 와인잔을 번갈아 들어올리며 여자와 아내를 가늠해보려 애쓴다. 시간이 흘렀고, 이들은 다시 만났다. “결혼은 가끔 불안한 일을 겪게 마련이야. 그걸 극복하려 노력해.” 게이브의 담담한 일상에 탐은 돌 하나를 던진다. “하지만 평생 노력만 하고 산다면….” 연극 ‘디너’다. 결혼이 주는 안위와 불편을 양면에 펼쳐내고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했던 남편 탐이 어느 날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 베스를 더욱 ‘열 받게’ 하는 것은 그간의 시간들이 자신 때문에 불행했네 어쩌네 하는 남편의 괘씸한 입이다. “몇 년 동안 꾹 다물고 있다가 이제 간신히 떼고 하는 말이 ‘우리 헤어집시다’?” 남편이 오랜 시간 원만한 결혼인 것처럼 연기해온 사실에 분노한 베스는 언성을 높인다.

두 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탐과 베스, 게이브와 카렌은 결혼한 지 12년 된 부부이며 오랜 친구다. 가족처럼 친밀하던 이들 관계를 흔든 건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탐과 베스의 충격적인 파경 소식. 깨지고 나면 없던 것만 못한 것이 사람의 관계다. 하물며 부부라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헤어진 쪽은 차라리 낫다. 짧은 전쟁 후 탐과 베스는 각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행복에 즐거워한다. 문제는 다른 한 커플이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의 관계가 지속되리라 믿었던 게이브와 카렌은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우리는 괜찮은 건가’.

결혼이 안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작품의 목적이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경쾌하다. 배신, 증오, 이별 등 복잡하게 끌고 가자면 한없이 소란해질 수 있지만 작품은 그 모두에 가지를 쳤다.

스토리에 음식 이야기를 끼워 넣어 감칠맛을 더했다. 배우들은 끊임없이 음식에 대해 말하고 실제로 먹고 마신다. 여기엔 중요한 복선이 있다. 음식이 관계를 이어주는 지독한 매개체였다는 사실이다. 게이브와 카렌은 그들이 제공한 음식에 즐거워하는 탐과 베스를 보고 서로의 소통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1998년 미국 현대창작극페스티벌인 ‘휴마나’에서 초연한 뒤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2000년에는 퓰리처상 희곡상을 받았다. 국내에선 지난해 초연했고 이번 공연은 ‘2011 신촌연극제’ 참가작으로 올려졌다. 배우 이석준과 정승길이 탐과 게이브 역을 맡아 초연 멤버인 정수영, 우현주와 진짜 같은 부부연기를 펼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혹은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랑관이 있다. 작품은 뒤쪽에 비중을 뒀다. 당연히 변질되고 퇴색되는 건데 ‘탁 까놓고’ 인정하라는 거다. 서울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내달 8일까지 볼 수 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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