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관광부 장관 인터뷰] "대기업이 그림 기부하도록 유도하겠다"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1.04.28 03:05

"특정 종교 지원? 그건 오해… 우리의 정성도 부족했다"

정병국(5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대국민 현장업무보고'라는 타이틀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를 직접 만나는 등 눈에 띄는 '현장 행보'를 펼치고 있다. 다음달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정 장관을 27일 만났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문화예산을 정부 재정의 2%로 늘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외규장각 도서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문화재 환수에 있어서 무조건 우리 것이니까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 말고 다른 논리를 개발한 것이 있는가. 이집트처럼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나라들과 국제 공조도 가능한가.

"국제 공조는 한계가 있다. 이집트가 프랑스에서 유물을 환수할 수 있었던 것은 '돌려주지 않으면 현재 프랑스가 이집트에서 진행 중인 발굴 작업을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사안이 다 다르다. 제가 2009년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함께 보스턴미술관에 가서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 문제를 직접 협의했을 때 일이다. 사리함을 보면서 동행한 스님들이 합장을 하고 삼배(三拜)의 예를 갖췄더니 미술관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며 '우리는 다룰 줄 모르니까 직접 보라'고 장갑까지 주더라. 찬찬히 보다가 훼손된 부분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사리함은 안 되지만 사리는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거다. 어떻게 반출이 됐는가를 밝혀서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을 추진 중인데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데 왜 국민 세금을 지원해야 하느냐' '문화부가 문화예술인 복지기구냐'란 지적도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가치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여건을 만드는 게 국가의 책무다. 일하지 않는 예술인들에게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4대 보험에는 들 수 있게끔 최소한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문화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나.

"지난 3년간 유인촌 전임장관은 그동안 손을 대지 못했던 국립극단을 단원제에서 오디션제로 바꾸어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런 일은 또 여러 가지인데…."

―그런데 국민들 머릿속에는 그런 성과보다는 정권 초기에 있었던 인사 갈등만 강하게 남아 있다.

"과거 정권의 편향적인 인사를 바로잡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성과가 그런 문제로 덮여진 게 아쉽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바로 분열된 문화예술계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그간 예술인들이 정치에 휘둘린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문화예술이 가진 사회적 통합 능력을 복원하겠다."

―정부와 각 종교와의 갈등도 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불교계에서는 차라리 사찰에 대한 문화재 지정을 해제해달라는 극단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도 정부 관계자를 부르지 않겠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처음 나왔다. 호평을 받아 예산을 늘린 거다. 특정 종교에 대한 지원은 타 종교의 오해다. 오해를 낳고 여기까지 온 데 대해 안타깝고 우리의 정성이 부족했다. 솔직히 일부 종교가 정치지향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자승 총무원장께서 이런 부분을 바로 잡겠다고 하는 것은 존중해 드려야 한다."

―미술품이 대기업 비자금 통로라는 의구심이 일며 미술품 양도세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

"과세는 불가피하다. 다만 시점과 방법이 문제다. 지금까지는 미술품 거래가 갤러리 중심이었고 개개인의 돈 출처가 불명확했다. 이제는 옥션, 아트페어를 통한 거래가 30%가 된다. 그러나 아직 70%는 가격과 소장자가 불명확해 지금 양도세 과세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불투명한 것이 양성화될 수 있는 기한을 줘야 한다는 거다."

―대기업 미술관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소장품 리스트도 공개를 하지 않는다.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비싼 그림을 갖고 있다고 세무서에서 추적부터 들어가는 건 옳지 않다. 과거에 돈 벌어서 흥청망청 쓴 것을 어떻게 다 추적하나. 좋은 냉장고 샀다고, 비싼 외제차 샀다고 추적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림을 공공기관에 기부하면 면세 혜택을 주는 등 공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 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양적 팽창 못지않게 중요한 건 질적 성장 아닌가.

"당연하다. 가이드 자격요건을 강화해 필기시험은 물론 소양도 심사하겠다. 홍콩 음식 전문가를 불러 중국인 입맛에 맞는 표준 관광객 식단을 만들고 있다. 또 종택(宗宅) 체험 등 다양한 상품도 개발 중이다."

―내년 총선에 나가는 '시한부 장관'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금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부인은 안 하는 건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