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만원에 연극 보고 배우까지 만나다

  • 박영석 기자

입력 : 2011.04.24 23:35

서울문화재단 주최 '대학로 연극투어' 체험해보니…
분장실 등 '幕後' 둘러보며 "아무나 못 보는 곳" 감탄, 벌써 4년째… 1500명 혜택

1만원으로 문화적 포만감을 살 수 있을까?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1만원으로 행복을 꿈꾸는 이들의 관람 여정 '대학로 연극투어'에 동참했다. 서울문화재단·대학로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이 투어는 매월 희망자 중 추첨으로 선발한 50명에게 새로운 연극 한 편을 1만원에 선보이고 출연배우 한 명과 얘기 나눌 자리를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대학로 연극투어 참가자들이 24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백 스테이지를 견학했다. 무대 뒤 속살을 처음 접한 이들은“설치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음향시설 꾸미는 비용은 얼마인가”물어보며 관심을 쏟았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대학로가 진정한 문화·예술·학문의 거리로 정체성을 되찾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여기 역사문화 향기를 맡았으면 합니다." 낮 12시 30분 서울연극센터, 배우 길해연씨가 140개 소극장이 몰려 있는 대학로 공연거리의 개괄과 연극센터를 소개하는 것으로 투어는 시작됐다. 선발된 50명은 부부·모자·남매·친구·연인이 주로 쌍쌍으로 왔지만 경기 용인의 대안학교 사제(師弟)인 전영지(28)씨·박유민(8)군도 있었다. 전씨는 "매월 학급 학생 한 명씩 차례로 이런 문화·참여 프로그램을 체험토록 하고 싶다"고 했다.

오후 1시쯤 들른 아르코예술극장은 곧 있을 한국무용제전 무대를 꾸미느라 조명 맞추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천원욱 무대감독이 "음지의 일꾼들이 이렇게 열심히 밥상을 차려야 배우들이 와서 맛있게 먹는 거다"라고 해 좌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가 변신하는 마법의 공간인 가림막 뒤 백 스테이지(back stage)와 분장실을 본 관객들은 "와! 아무나 못 오는 곳에… 영광이네"라면서 막후(幕後)를 유심히 살폈다.

오후 2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에 마련된 '배우와의 대화' 주인공은 정은표씨였다. 정씨는 "주변에서 '왜 연극을 하느냐'고 물으면 '설렘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라고 답한다"며 "연극은 TV·영화보다 인물과 표현방법을 더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매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 배우 지망생(19)이 "하고는 싶은데 다들 말려요"라고 운을 떼자, "연봉 100만원에 남대문시장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정과 악으로 버틴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생은 결과보다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오후 3시 아트원씨어터, 4월 연극투어 공연작인 '민들레 바람되어'(연극열전 제작)가 시작됐다. 이광기·손희승·나종민·황영희 등 배우 4인이 청승과 능청을 오가자 객석은 울고 웃고를 거듭했다. 관객들은 배우들과의 기념 촬영으로 투어를 마감했다. 우모(59)씨는 "오늘 처음 아내(57)와 대학로 연극 나들이를 했다"면서 "배우들의 애환과 뒷얘기를 들어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연극투어는 시민에게 대학로 연극·연극인·공연문화를 가까이서 호흡할 자리를, 극단엔 관객층을 확장할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2008년 3월 시작돼 총관객 1500여명이 다녀갔고 이날 공연은 53번째다. 출연 배우 중 '휘가로의 결혼' 황정민,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서태화, '고도를 기다리며' 윤주상씨가 관객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연극투어는 매월 넷째 일요일에 진행된다. 서울연극센터 홈페이지(www.e-stc.or.kr )를 통해 매월 1일 그달의 공연작품을 소개하면 14일까지 신청해야 한다. (02)743-9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