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21 02:29
'공연장의 집사' 하우스매니저들이 말하는 '밉상 관객'
3층서 토하고, 공연 중 사진 찍고 족발·막걸리 싸오는 어르신도…
우리들 신조는 '오늘도 무사히'… 그래도 매너 있는 분 많아 다행
# 공연장 입구. 티켓을 확인하던 안내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손님! 이게 뭔가요?" 남성은 가로 1m, 세로 60㎝ 크기 상자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귀뚜라미예요. 함께 들으려고요." '귀뚜라미 1000마리'는 물품보관소에 맡겨졌다.
객석과 로비, 매표소 등을 관리하고 관객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하우스매니저(House manager)'라 부른다. 관객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LG아트센터 이선옥(43), 성남아트센터 박정혁(36), 예술의전당 이정아(34), 고양아람누리 김유성(34), 세종문화회관 박정란(31) 하우스매니저로부터 손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객석과 로비, 매표소 등을 관리하고 관객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하우스매니저(House manager)'라 부른다. 관객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LG아트센터 이선옥(43), 성남아트센터 박정혁(36), 예술의전당 이정아(34), 고양아람누리 김유성(34), 세종문화회관 박정란(31) 하우스매니저로부터 손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관객 좋아요 vs. 이런 관객 싫어요
쾌적한 공연장 환경을 만드는 게 이들의 업무라면 더 좋은 공연을 만드는 건 관객 자신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늦은 관객'. 김유성씨는 "첫 곡이 끝난 뒤 들여보내 주겠다고 해도 '13만원이나 냈는데 왜 내가 손해를 봐야 하느냐'며 막무가내로 떼쓰고, '듣지 못한 부분만큼 환불해달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티켓을 조각조각 찢어 안내원 얼굴에 뿌리는 사람도 있다.
개나 고양이 관객도 자주 온다. 20대 남성이 목에 두툼한 털을 두르고 들어가기에 목도리인 줄 알았다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쳐 깜짝 놀란 경우도 있다. 입장을 저지하자 남성은 "얘는 우리 가족이야. 너보다 깨끗해. 카네기홀도 갔다 온 애야" 하며 화를 냈다. 물품보관소에 맡긴 개가 하도 똥을 싸 주인을 찾는 안내방송이 나간 적도 있다.
2009년 10월 뮤지컬 '영웅' 공연 때 배우들이 대사를 자꾸 더듬었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는 한 남성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사진을 지워달라 요구하자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할 기세였다.
눈에 보이는 물품은 그나마 낫다. 방귀를 품고 와 연주회 내내 빵빵 뀌어댄 관객 탓에 "객석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항의를 받았다. 무좀을 앓던 한 남성은 클래식 연주 도중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앞좌석 등받이에 걸고 발바닥을 비벼댔다. 3층 객석에 있던 한 아이는 공연 전 급히 먹은 음식을 소화 못 해 하늘을 향해 토했다. 아래층까지 토사물이 튀고, 1층으로 내려가면서도 층마다 토했다. "그래도 그 부모는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공연을 끝까지 보고 갔답니다."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는 법. 사랑받는 관객 유형은 비슷했다. "늦게 왔지만 언제 들어가면 되느냐고 정중히 묻는 사람! 안 되는 거 억지로라도 입장시켜주고 싶어요."(이선옥) "지각한 여성이 지금 들어가야 한다며 안내원 멱살을 잡는데 옆에 있던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엄마, 그만해' 하며 말렸어요. 하도 고마워서 아이만 바로 안고 들어가 공연을 보여줬어요."(박정혁) "중간 입장 때 발소리 날까 봐 구두를 벗고 까치발로 들어간 여성이 있어요. 뒷모습이 정말 예뻐 보이데요."(김유성)
◆공연마다 관객도 달라요
뮤지컬은 마니아층이 두터워 공연과 배우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 때문에 항의가 잦고 강도도 세다. 마음대로 자리를 옮기거나, 공연을 실컷 본 다음 "앞자리 관객의 머리가 커 감상에 방해가 됐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클래식은 한마디로 깐깐하다. 공연이 예정보다 7분 이상 늦어지면 하우스매니저들끼리는 이를 '사고'라 여긴다. 클래식 관객은 1~2분이라도 늦어지면 어김없이 항의한다.
안내원들이 진땀 빼는 공연은 효(孝) 콘서트다. 50~60대 장년층이 족발과 막걸리, 오징어를 싸 갖고 오기도 한다. 안내원이 제지하면 "당(糖) 떨어져서 먹어야 해. 너도 먹고 싶지?" 하고 음식을 쥐여줘 난감할 때가 많다. 재즈는 대부분 혼자 온다.
쾌적한 공연장 환경을 만드는 게 이들의 업무라면 더 좋은 공연을 만드는 건 관객 자신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늦은 관객'. 김유성씨는 "첫 곡이 끝난 뒤 들여보내 주겠다고 해도 '13만원이나 냈는데 왜 내가 손해를 봐야 하느냐'며 막무가내로 떼쓰고, '듣지 못한 부분만큼 환불해달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티켓을 조각조각 찢어 안내원 얼굴에 뿌리는 사람도 있다.
개나 고양이 관객도 자주 온다. 20대 남성이 목에 두툼한 털을 두르고 들어가기에 목도리인 줄 알았다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쳐 깜짝 놀란 경우도 있다. 입장을 저지하자 남성은 "얘는 우리 가족이야. 너보다 깨끗해. 카네기홀도 갔다 온 애야" 하며 화를 냈다. 물품보관소에 맡긴 개가 하도 똥을 싸 주인을 찾는 안내방송이 나간 적도 있다.
2009년 10월 뮤지컬 '영웅' 공연 때 배우들이 대사를 자꾸 더듬었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는 한 남성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사진을 지워달라 요구하자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할 기세였다.
눈에 보이는 물품은 그나마 낫다. 방귀를 품고 와 연주회 내내 빵빵 뀌어댄 관객 탓에 "객석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항의를 받았다. 무좀을 앓던 한 남성은 클래식 연주 도중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앞좌석 등받이에 걸고 발바닥을 비벼댔다. 3층 객석에 있던 한 아이는 공연 전 급히 먹은 음식을 소화 못 해 하늘을 향해 토했다. 아래층까지 토사물이 튀고, 1층으로 내려가면서도 층마다 토했다. "그래도 그 부모는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공연을 끝까지 보고 갔답니다."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는 법. 사랑받는 관객 유형은 비슷했다. "늦게 왔지만 언제 들어가면 되느냐고 정중히 묻는 사람! 안 되는 거 억지로라도 입장시켜주고 싶어요."(이선옥) "지각한 여성이 지금 들어가야 한다며 안내원 멱살을 잡는데 옆에 있던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엄마, 그만해' 하며 말렸어요. 하도 고마워서 아이만 바로 안고 들어가 공연을 보여줬어요."(박정혁) "중간 입장 때 발소리 날까 봐 구두를 벗고 까치발로 들어간 여성이 있어요. 뒷모습이 정말 예뻐 보이데요."(김유성)
◆공연마다 관객도 달라요
뮤지컬은 마니아층이 두터워 공연과 배우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 때문에 항의가 잦고 강도도 세다. 마음대로 자리를 옮기거나, 공연을 실컷 본 다음 "앞자리 관객의 머리가 커 감상에 방해가 됐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클래식은 한마디로 깐깐하다. 공연이 예정보다 7분 이상 늦어지면 하우스매니저들끼리는 이를 '사고'라 여긴다. 클래식 관객은 1~2분이라도 늦어지면 어김없이 항의한다.
안내원들이 진땀 빼는 공연은 효(孝) 콘서트다. 50~60대 장년층이 족발과 막걸리, 오징어를 싸 갖고 오기도 한다. 안내원이 제지하면 "당(糖) 떨어져서 먹어야 해. 너도 먹고 싶지?" 하고 음식을 쥐여줘 난감할 때가 많다. 재즈는 대부분 혼자 온다.
◆신조는 '오늘도 무사히'
공연장에 붙어사는 이들이지만 정작 공연은 못 본다. 이정아씨가 "우리 극장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100회 공연했지만 한 번도 못 봤다"고 하자 다들 "나도! 나도!"를 외쳤다. 남의 공연장에 가서도 집중을 잘 못한다. "눈길이 온통 객석으로만 쏠려서"다.
온갖 고충을 달고 살지만 웃는 낯으로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건 "명절 때 집에 못 가는 걸 알고 전(煎)을 부쳐 가져오는 관객이 있어서"(이선옥)다. "관객들 온기가 남아있는 텅 빈 공연장에 있다 보면 독서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는 뿌듯함"(김유성)도 느낄 수 있다.
공연장에 붙어사는 이들이지만 정작 공연은 못 본다. 이정아씨가 "우리 극장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100회 공연했지만 한 번도 못 봤다"고 하자 다들 "나도! 나도!"를 외쳤다. 남의 공연장에 가서도 집중을 잘 못한다. "눈길이 온통 객석으로만 쏠려서"다.
온갖 고충을 달고 살지만 웃는 낯으로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건 "명절 때 집에 못 가는 걸 알고 전(煎)을 부쳐 가져오는 관객이 있어서"(이선옥)다. "관객들 온기가 남아있는 텅 빈 공연장에 있다 보면 독서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는 뿌듯함"(김유성)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