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는 공사장 현장감독"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04.21 03:03

제가 '노다메 칸타빌레' 주인공 치아키 같다고요?
해설 콘서트 여는 최수열 "악보를 설계도 삼아 집 짓듯 하죠"

일본의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수록곡을 연주하는 콘서트에서 탬버린과 팀파니를 연주한 타악 주자에게 청중의 박수가 쏟아졌다. 지휘자가 말했다. "팀파니 연주자가 인기의 맛을 알아버렸네요. 탬버린 쥐여주고 노래방으로 보냈습니다. 다음 곡엔 안 나옵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을 사로잡은 그는 최수열(32)이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최수열이 23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청소년을 위한 에듀 클래식'을 진행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 최수열의 별명은 '한국의 치아키'. '노다메 칸타빌레'의 미남 지휘자에서 따온 것이다. 별명이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어휴, 전혀 아니죠, 일단 드라마 속 치아키는 굉장히 잘생겼고…"라며 웃었다.

“연주 전 이미 악보를 통째로 외우기 때문에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지휘봉만 쥐면 절로 음악이 들린다”는 지휘자 최수열.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최수열은 작년 6월 독일 현대음악 전문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이 주관한 오디션에서 지휘 부문으로는 동양인 최초로 선발돼, 10월부터 앙상블 모데른의 부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앙상블 모데른은 프랑스 앙상블 콩탱포랭(EOC)과 더불어 21세기 음악 활동을 선두에서 이끄는 연주 단체. 베토벤이나 말러가 아닌,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음악을 매번 해석하고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자리다.

최수열은 다섯 살 때부터 현대음악 작곡가인 아버지(최동선·69) 손에 이끌려 매주 현대음악 작품 발표회에 끌려 다녔다. 남이 안 한 소리를 찾는 현대음악의 선율은 어린 마음에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로만 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소리'에 끌렸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에 진학한 것도 그 때문. 피아노는 기본이고 클라리넷·플루트·바순·트럼펫과 콘트라베이스, 전통 악기인 해금까지 두루 배우며 지휘의 기본을 익혔다. 스승인 정치용(54·지휘자)씨는 "아무리 많은 과제를 내줘도 언제나 성실하게 해내고, 대중적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지휘자로서 음악 자체의 깊이를 파고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라 평했다.

최수열은 지휘자를 "공사장의 현장감독"이라고 했다. "작곡가가 그린 복잡다단한 설계도(악보)를 사람악기(연주자)들과 하나씩 꿰어 맞춘 다음 예리한 청중 앞에서 완벽히 지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현대음악뿐 아니라 고전·낭만·근대음악에도 늘 관심을 기울인다. 이번 연주회에서 최수열은 클래식을 낯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목관악기 고유의 음색과 음역대를 설명해주고, 플루티스트 이예린,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청소년을 위한 '에듀 클래식' 1=4월 23일 오후 5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