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20 11:08
"오히려 관객분들이 눈을 못 맞추죠. 그럼 노골적으로 더 쳐다봐요.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어요.(웃음)"
연습실에서 막 나온 배우 전수미는 얼굴이 발그레했다. 한창 춤 연습에 열중하다 나와 숨도 약간 헐떡였다.
22일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앙코르되는 뮤지컬 '올댓 재즈'(연출 서병구)의 주인공 서유라 역. 지난해 1월 초연, 올해 2월 재공연에 이은 세 번째 무대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안무가인 서병구의 연출 데뷔작답게 춤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겸 연출가인 밥 포시에서 모티브를 따와 관능적이고 농염한 몸짓이 그득하다.
"쑥스러우면 배우 못 하죠.(웃음) 오히려 앞줄에 앉은 관객분들이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곤혹스러워 하세요." '요염한 춤을 추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더니 깔깔 웃는다.
초연에 이어 두번째 공연까지 100회 이상 무대에 섰다. "춤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춤추기를 워낙 좋아해요. 흠뻑 땀에 젖는 느낌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요. 거기다 대사가 아닌 몸짓을 통해서 기쁨과 슬픔, 희로애락을 전달할 수 있잖아요. 쉽지는 않지만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작업이에요."
극중 주인공 서유라는 방송국 PD로 브로드웨이에서 안무가로 성공한 옛 애인 유태민을 인터뷰하러 뉴욕으로 떠난다. 갑자기 그녀 곁을 떠난 태민과의 재회, 행복했던 기억과 상처가 교차하면서 의외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간결한 드라마를 따라 흐르는 것은 춤이다. 신나는 탭댄스부터 포시 스타일의 퇴폐적이고 유혹적인 춤사위까지 다양한 춤의 세계가 펼쳐지고 그 중심에 전수미가 있다.
지난 2000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전수미는 2004년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주인공 페기 소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당초 언더스터디(예비배역)였지만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가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42번가'의 내용이 바로 주연배우가 다쳐 갑자기 무대에선 신인이 스타로 탄생하는 스토리. 드라마와 똑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져 공연가에서 화제가 됐었다.
'42번가'로 배우인생의 전기를 맞은 뒤 '와이키키브라더스' '풋루스' '카바레' '클레오파트라'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올댓 재즈'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라이선스 작품을 많이 하다 오랜만에 한 창작이었는데 서유라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큰 자극이 됐어요."
어느덧 10년이 넘는 베테랑이 된 전수미. 지난해부터 거의 '올댓 재즈'와 붙어 살아온 그녀는 얼마 남지않은 개막일이 무척 기다려지는 듯 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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